지구가 아닌 행성에서도 오로라는 관측될 수 있습니다. 목성과 토성의 오로라가 대표적입니다. 자기장을 가진 천체가 있다면,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잡아서 양극으로 끌어당길 것이고 이 입자들은 대기 상층에서 화려한 빛의 군무를 만들어냅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자기장이 약한 천체에서는 오로라가 잘 관측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성, 금성, 화성, 달 등이 그렇죠.
화성은 지구보다 크기가 매우 작고, 아마도 핵 역시 작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지구와 비교하면 자기장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수십억년전 화성의 핵이 식으면서 자기장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성의 양극지방에서 오로라를 관측한다는 것은 거의 생각하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나사의 메이븐(MAVEN, Mars Atmosphere and Volatile Evolution) 우주선은 화성 대기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두 가지 현상을 동시에 발견했는데, 첫 번째는 오로라이고 두 번째는 고고도에서 발견된 먼지 구름입니다. 먼지 구름의 경우 고도 150 - 300km 사이에서 발견되었고, 오로라는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발견되었는데, 화성이 자기장이 거의 없으며 대기가 지구에 비해 1%도 안되는 밀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가지 모두 놀라운 일입니다.
우선 오로라에 대해서 말하보면 과학자들이 여기치 않은 현상을 발견한 것은 2014년 12월 20일,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5일 전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오로라에는 크리스마스 라이트(Christmas light)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이 오로라의 근원은 역시 태양에서 날아온 강력한 에너지 입자로, 지구나 강한 자기장을 가진 천체의 오로라와는 달리 극지방이 아니라 북위도 중간 위치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는 고에너지 입자가 자기장에 의해 잡해서 극지방에서 빛을 발한 것이 아니라 바로 대기로 진입해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태양면 폭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븐의 Imaging Ultraviolet Spectrograph (IUVS)가 관측한 오로라는 지구나 다른 천체 에서 관측된 오로라 가운데서 가장 대기 깊숙한 곳에서 (즉 낮은 고도에서) 발생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아주 강력한 입자가 화성 대기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로라를 관측하는 메이븐의 상상도. Artist’s conception of MAVEN’s Imaging UltraViolet Spectrograph (IUVS) observing the “Christmas Lights Aurora" on Mars. MAVEN observations show that aurora on Mars is similar to Earth’s "Northern Lights" but has a different origin.
Image Credit: University of Colorado)
(메이븐이 관측한 오로라의 위치. A map of IUVS’s auroral detections in December 2014 overlaid on Mars’ surface. The map shows that the aurora was widespread in the northern hemisphere, not tied to any geographic location. The aurora was detected in all observations during a 5-day period.
Image Credit: University of Colorado )
높은 고도에서 발견된 먼지 구름의 기원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화성의 두 위성인 데이모스와 포보스에서 기원했다는 가설과 혜성의 먼지가 유입되었다는 가설 두 가지가 모두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가 화성에 간다고 해도 실제로 지구 같은 오로라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화성에서도 오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복잡하고 뜻밖의 장소라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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