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 빼기 쉽지 않습니다. 이는 특히 비만인 사람에서 더 진리입니다. 물론 먹는 걸 줄이고 쓰는 에너지를 늘리면 결국 에너지 보존 법칙이 승리하겠지만 이론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설령 살을 뺐다고 해도 다시 찌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방 세포에 있습니다. 지방 세포는 작은 핵과 거대한 지방 덩어리를 내부에 품을 수 있어서 많은 지방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아마도 식량 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야생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었을 것입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서 지방으로 저장했기 때문에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는 지방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문제는 인류가 먹을 것이 항상 풍족한 시대에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점차 육체 노동의 강도나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인류는 먹는 에너지에 비해서 쓰는 에너지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방 세포는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각지에서 비만과 대사 질환, 당뇨의 유병률을 높이고 그 합병증으로 인한 보건 문제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까지 우려스런 수준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살이 찔때, 지방 세포는 빠르게 증식합니다. 하지만 살을 뺀다고 해서 지방 세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포 내부의 지방은 줄어들지만 세포 자체는 살아남아 에너지 보존 능력을 더 극대화시킵니다. 따라서 다시 이전처럼 먹게되면 순식간에 본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일 대학의 매튜 로드헤퍼 교수(Matthew Rodeheffer, assistant professor of comparative medicine and of molecular, cellular, and developmental biology)와 그의 동료들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지방 세포의 증식을 조절하는 메카니즘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것은 쥐의 백색 지방 조직(White Adipose Tissue, WAT)입니다.
(백색 지방 조직의 모식도. Blausen.com staff. "Blausen gallery 2014". Wikiversity Journal of Medicine. DOI:10.15347/wjm/2014.010. ISSN 20018762. )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방 세포를 만드는 지방 전구세포(adipocyte precursors cell)의 증식은 고지방 식이를 시작한지 불과 24시간 이내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일 만에 새로운 지방 세포가 탄생하는 것이 목격되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PI3-kinase/AKT-2라고 불리는 경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렇듯 새로운 지방 세포가 탄생하는데는 매우 짧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없어지는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지방 세포 역시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불로불사의 존재는 아닙니다. 우리몸은 계속 오래된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가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지방 세포의 경우 생존 기간이 길어서 1년에 10% 정도만이 새롭게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생길 때는 아주 빠르게 만들어지지만 사라질때는 빨리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지방 세포의 생성 과정을 연구해서 미래에 지방 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긴 지방세포는 어떻게 없애기 힘든 일이죠. 가능하면 지방 세포가 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전에 억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 및 체중 유지 방법일 것입니다.
참고
Rapid depot-specific activation of adipocyte precursor cells at the onset of obesity, DOI: 10.1038/ncb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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