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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충에도 자유 의지가 있는가?


 회충(roundworm)은 인간 같은 고등한 동물에 기생하는 하등한 생물체입니다. 이런 기생 동물들은 모든 것을 숙주에 의존하는 만큼 그 구조가 복잡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죠. 따라서 아주 단순한 신경 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록펠러 대학의 연구자들은 이 작은 선형동물도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저널 Cell에 발표했습니다.
​ 이들이 연구한 것은 Caenorhabditis elegans라는 회충입니다. 이 작은 선형동물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신경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860억개의 뉴런(신경세포)와 100조개에 달하는 시냅스(Synaps)를 가지고 있지만, C. elegans는 302개의 뉴런과 7000 개 정도의 시냅스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구조 덕분에 이 회충은 연구용 동물 모델로 적당합니다. 아무래도 인간의 뇌는 직접 분석하기에 너무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고 윤리적인 문제도 있게 마련이죠. 
 이 단순한 동물의 신경계는 역시 단순한 일을 합니다. 먹이를 찾아서 이동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죠. 보통 먹이의 냄새를 맡기 전까지 이 동물은 그냥 여기 저기를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음식으로 생각되는 물체의 냄새를 맡으면 바로 그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단순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동작이기도 합니다.  
 록펠러 대학의 앤드류 고두스(Andrew Gordus) 와 코리 바그만 교수(Cori Bargmann, Torsten N. Wiesel Professor, head of the Lulu and Anthony Wang Laboratory of Neural Circuits and Behavior)는 이 동물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향긋한 과일 냄새를 만드는 물질인 isoamyl alcohol로 C. elegans를 낚았습니다. 그 결과 어떤 개체에서는 이 냄새를 맡는 즉시 뉴런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다른 목표를 찾지 않고 바로 냄새쪽으로 다가가는 반면 다른 개체의 뉴런은 활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황을 계속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분명 이 개체들의 감각 세포가 물질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뉴런의 작용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처음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와 그 이후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의 행동도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구에 사용된 C. elegans. 흰색 부분이 신경 조직. 
Worm brain: All the neurons within this microscopic roundworm are highlighted, with the large cluster at one end representing the brain. Coelomocytes, a type of immune cell, appear as dots along the body. / 출처 : 록펠러 대학 )
 C. elegans의 세가지 뉴런들은 주로 세가지 흥분 상태에 있습니다. 완전히 꺼진 상태(All were off), 하나만 켜진 상태(only one), 그리고 모두 켜진 상태(All were on) 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중에서 하나만 켜진 상태인 AIB 라는 상태에 주목했습니다. AIB 상태에 있는 뉴런들은 RIM과 AVA 라는 다른 뉴런들을 자극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경우에는 작동을 중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신경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각 개체에서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자유 의지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지만, 아주 단순한 신경계를 가진 동물마저도 우리가 생각하듯이 그냥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합니다. 왜냐하면 개체마다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충을 비롯해서 생물체가 사는 환경은 매우 다양하고 변화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획일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더 생존의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일부 무리가 전멸하더라도 나머지는 살아남아 종 자체가 멸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한 인간이나 단순한 기생충이나  획일적인 사고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생물체에게 들어맞는 이야기이지만 인간은 뉴런 단위에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존재입니다. 더 단순한 동물 모형이 왜 개체마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 비밀을 밝히는데 유리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앞으로 '생각'의 진화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 아무튼 단순한 동물도 획일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로운 결과 같습니다. 이렇게 쓰고나니 획일적인 답만을 요구하는 우리 교육은 어쩌면 선충류만도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슬픈 일은 그게 진실이라는 것이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Andrew Gordus, Navin Pokala, Sagi Levy, Steven W. Flavell, Cornelia I. Bargmann. Feedback from Network States Generates Variability in a Probabilistic Olfactory CircuitCell, 2015; DOI: 10.1016/j.cell.2015.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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