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석유였다면,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생각해보면 물은 인류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자원이었습니다. 즉, 석유는 더 좋은 대체 에너지가 자리 잡을 때까지 잠시 필요한 자원일 뿐이지만 물은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이죠.
물의 식수 뿐 아니라 생활 용수, 농업 용수, 공업 용수 등 모든 분야에서 필수 불가결한 자원입니다. 다만 인구가 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물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반면 기후 변화와 지하수 고갈로 충분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점차 많은 국가들이 이를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사실 이는 큰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는 표면의 2/3 이상이 물로 덮힌 물의 행성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바닷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점차 수자원이 귀해지면서 이제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탈염 공장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공정은 상당한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비용도 적게 들이고 에너지도 태양에너지 처럼 꽁짜로 얻을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1990년대에 영국의 발명가 찰리 페이톤(Charlie Paton)은 사막 온실과 태양열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 시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Seawater Greenhouse라는 회사를 세워 실제로 사막에서 바닷물을 이용해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입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꿈과 동시에 사막에서 작물을 키우는 온실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쉽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사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선 사막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특수한 증발 장치를 통해서 증발을 시킵니다. 낮동안 사막의 뜨겁고 건조한 기후는 쉽게 물을 증발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접촉 표면적을 넓히는 장치가 필요한 데, 많은 구멍을 지닌 다공성 막을 통과시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렇게 증발된 물을 가득 품은 따뜻한 공기는 온실로 들어갑니다. 온실 내부는 태양 에너지로 더 따뜻한 데, 식물과 토양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더 합쳐져 습기가 가득찬 공기가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이 습하고 따뜻한 공기에서 물을 회수하는 장치입니다. 냉각수로 식혀지는 냉각 장치를 건너면서 공기 내부의 습기는 응결되어 밖으로는 다시 건조한 공기가 배출됩니다. (아래 그림 참조) 회수한 물은 작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일부는 식수 등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온실은 외부로 증발되는 물을 잡기 때문에 적은 양의 물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수 온실의 개념. 출처 : 위키피디아)
(호주에 건설된 해수 온실)
(설명 영상)
이 해수 온실은 아부 다비와 오만의 무스카트, 그리고 호주의 포트 아우구스타(Port Augusta)에 건설되었습니다. 특히 호주에 건설된 것은 2010년 선드롭(Sundrop) 이란 별도 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해수 온실은 물은 부족하지만 햇빛과 바닷물은 풍부한 사막을 지닌 중동, 아프리카 국가 및 호주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사실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런 방식의 온실은 기본적으로 단가가 좀 높을 수 밖에 없고 작물 역시 덮고 습한 환경에서 자라는 종류로만 제한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농업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농작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현재 태양광 패널과 연결시켜 아예 해수 온실을 자체 에너지로만 작동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물론 밤에는 전력 생산을 못하지만, 원리상 이런 온실은 해가 뜰때만 작동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자체 동력으로 가동되는 해수 온실은 전력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사막 한 가운데서도 잘 작동할 것입니다. 또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해수 온실에서 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해수 온실은 기술적 타당성이라는 단계는 통과했지만, 앞으로 경제성이라는 다른 관문도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역시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고 앞으로 인류가 소비해야 하는 식량과 물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막도 그냥 놔두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해수 온실은 미래에 더 흔하게 볼 수 있을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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