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표에서 약 270 - 46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는 인류가 만든 가장 비싼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이 우주 정거장은 1998년 건설되기 시작하여 현재 활발한 우주 실험이 일어나는 국제 협력의 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건물은 없는 법이죠.
나사와 러시아 우주국은 2024년까지 ISS가 운영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상태이지만, 그 이후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ISS의 운명은 지구 표면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금씩 분해해서 대기권에서 타서 없어지는 것일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아마도 2020년대의 가장 큰 우주 쇼가 될 가능성이 있겠죠.
그런데 러시아는 이전부터 ISS 이후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ISS에서 러시아가 발사한 모듈들을 모아서 작은 ISS를 만든다는 것이죠. 이 새로운 재활용 우주 정거장의 명칭은 OPSEK(Orbital Piloted Assembly and Experiment Complex (Russian: Орбитальный Пилотируемый Сборочно-Экспериментальный Комплек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도 한번 소개드린 바 있죠.
OPSEK은 약 100톤정도 되는 크기의 우주 정거장으로 450톤에 달하는 ISS보다 작은 크기이지만, ISS가 퇴역하고 나면 가장 큰 우주 정거장이 될 예정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우주국의 수장인 이고르 코마로프(Igor Komarov)의 말을 인용하여 나사와 협력해서 새로운 궤도 정거장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OPSEK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ISS의 부분. Annotated image of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s Russian Orbital Segment configuration as of 2011)
이 협력이 단순한 교류 차원인지 혹은 OPSEK에 새로운 부분을 포함한 ISS 2.0 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사의 공식적인 반응은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없는 상태입니다. ISS는 유지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대형 우주 정거장입니다. 미래에도 이정도 크기나 혹은 더 큰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이 들어서려면 사실 더 많은 돈이 어디선가 나오거나 혹은 우주 운송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어야 합니다. 현재로써는 두 가지 모두 불투명한 상태이죠.
러시아는 아무래도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몇 안되는 종류의 천연자원에 경제가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서 장래에 OPSEK을 정말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가 다소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나사 같은 파트너와 손잡는 것이 유리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미국간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협력이 쉽게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국제 협력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사 입장에서도 사실 러시아와 결별하고 독립 우주 정거장을 만들기엔 예산이 빠듯한 것이 사실입니다. 2020년대에는 SLS와 오리온 우주선을 이용한 ARM 같은 굵직한 우주 계획이 있고 ( http://jjy0501.blogspot.kr/2015/03/NASA-confirm-Asteroid-Redirection-Mission.html 참조) 여기에 나사의 오랜 숙원 사업인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예산도 엄청나게 많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은 그럴듯한 전략적 제휴이지만 양국간의 껄끄러운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러시아 우주국과 나사의 관계는 과거 스푸트니크 발사에서 달착륙까지의 초기 우주 시대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약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의 상황이 되가고 있는데, 둘은 서로 협력하고 싶겠지만 백악관과 크레물린 궁의 관계 개선이 먼저인 상황이죠.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