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남극 동부 빙상의 위기?


 현재 육지 빙하의 대부분은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실 육지에 있는 물은 대부분 빙하와 지하수이며, 표면에 강과 호수에 있는 물의 양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빙하들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점점 녹아서 질량을 잃고 있다는 것이죠. 이점은 사실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온도가 오르니까 얼음이 녹겠죠.
 하지만 얼마나 빨리 얼음이 녹을 것인지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현재 해수면은 19세기 말에 비해서 20cm 정도 상승했는데, ​앞으로 21세기 남은 기간의 상승폭은 아마도 이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승 속도에 점차로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죠. (  http://jjy0501.blogspot.kr/2015/01/Sea-level-rise-acceleration-is-faster-than-we-thought.html
참조)
​ 과학자들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빨리 상승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해수면 상승은 바다의 온도가 오름에 따라 나타나는 열팽창과 빙하가 녹아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 효과가 반반 정도라고 생각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빙하가 녹아서 추가되는 물의 양이 해수면 상승을 주도할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텍사스 대학, 나사 및 여러 다국적 연구팀은 남극 동부에 있는 토튼 빙하(Totten Glacier)의 상태를 저널 Nature Geoscience 에 발표했습니다. 토튼 빙하는 남극 동부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빙하 중에 하나로 만약 여기에 있는 빙하가 모두 녹아버린다면 전 세계 해수면은 대략 3.3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소식은 이전에도 소개드린 바 있죠. (전에 토텐 빙하라고 했는데, 발음이 토튼이 맞을 것 같아서 정정합니다)



(동부 남극 해안. This is the East Antarctic coastline. Icebergs are highlighted by the sunlight, and the open ocean appears black. Image Credit: NASA)


(토튼 빙하의 위치. The Totten Glacier Catchment (outlined in blue) is a collection basin for ice and snow that flows into the ocean through Totten Glacier alone. The catchment is estimated to contain enough frozen water to raise global sea level by at least 11 feet (3.3 meters). Image Credit: Australian Antarctic Division  )   

 텍사스 대학의 자민 그린바움( Jamin Greenbaum, a UTIG Ph.D. candidate) 및 텍사스 대학, 호주, 프랑스, 영국, 나사의 다국적 연구팀은 토튼 방하가 바다로 흘러다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에는 얼음을 뚫고 내부를 볼 수 있는 항공 레이더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레이더는 전자기파가 매질을 통과하는 정도를 측정해서 내부를 파괴하지 않고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고 합니다. 본래 과학자들은 이전 연구를 통해서 토튼 빙하가 급속도로 얇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사실은 토튼 빙하의 입구 부분의 빙하 바닥이 따뜻한 바닷물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빙하의 아래 부분은 해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이 레이더 관측 결과는 토튼 빙하의 아래 부분이 안정적이라는 이전 위성 관측 결과를 뒤집는 결과입니다.

 본래 따뜻한 물은 밀도가 낮아져 위로 상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금이 포함되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염분을 많이 포함한 바닷물은 따뜻해도 염분을 적게 포함한 차가운 바닷물 보다더 무겁습니다. 빙하가 녹은 해빙수가 섞인 차가운 바닷물은 염도가 낮은 반면, 따뜻한 바닷물은 염도가 높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아 빙하의 아랫부분을 녹이고 있습니다. 즉, 공중에서 본 것과 달리 사실 빙하가 물위에 뜬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는 이 빙하가 빠른 속도로 얇아지는 이유와 더불어 이 빙하가 머지 않아 붕괴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물론 이 넓은 빙하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면한 입구 부분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만, 연구팀에 의하면 그렇다고 해도 역시 문제는 심각한 상태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빙하 안쪽의 캘리포니아 면적만한 부분이 해수면보다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토튼 빙하가 과거에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생각보다 더 빨리 후퇴하거나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입니다. 일단 바다쪽의 방하가 녹으면 따뜻한 바닷물이 안쪽의 거대한 분지 지형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토튼 빙하의 레이더 이미지.  This image shows the previously unknown landscape beneath Totten Glacier. Orange arrows point to seafloor troughs deep enough to allow warm water to enter beneath the floating ice. Image Credit: UTA/Jamin Greenbaum )  

 이번 연구는 남극 빙하가 생각보다 불안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빙하가 안쪽까지 붕괴되는 것은 우리 세대 이후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질학적 기준으로보면 100년도 눈깜짝할 사이니 말이죠. 하지만 빙하의 붕괴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경우 장기적인 해수면 상승 예상을 수정해야 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불가피합니다.

 우리 세대와 우리 앞 세대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 후손들이 큰 피해를 입게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해수면 상승은 어느 정도 일어난 상태이고 앞으로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 S. Greenbaum, D. D. Blankenship, D. A. Young, T. G. Richter, J. L. Roberts, A. R. A. Aitken, B. Legresy, D. M. Schroeder, R. C. Warner, T. D. van Ommen, M. J. Siegert.Ocean access to a cavity beneath Totten Glacier in East AntarcticaNature Geoscience, 2015; DOI: 10.1038/ngeo238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