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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요법으로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 병은 아직까지 발병 기전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으며, 그 예방 방법도 확실치 않은 상태입니다. 이 질환은 노인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서 서서히 진행하면서 인지기능과 기억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삶의 질을 망가뜨리고 주변 가족들에 고통을 주변서 서서히 쇠약해지는 매우 몹쓸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획기적인 돌파구는 없는 상태입니다.

 식생활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몇몇 연구들이 있었는데, 일부 연구자들은 본래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식생활 습관인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와 지중해식 식이 습관이 알츠하이머 병의 유병률을 감소시키는 것 같다는 보고를 한 바 있습니다. 영양 역학자인 마샤 클레어 모리스 박사 (nutritional epidemiologist Martha Clare Morris)와 그녀의 동료들은 지중해 식이와 DASH를 통합한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MIND. 이하 마인드 다이어트) 가 얼마나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지를 조사했습니다.
 마인드 다이어트는 통곡물, 견과류, 어류, 가금류, 야채 및 과일 등을 주식으로 삼는 식이 방식으로 사실 새로운 음식은 없으며, 기존의 저염식에 지중해식 식이와 기타 다른 음식들을 추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80세 정도의 고령 인구로 시카고 지역에 살고 있었으며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의 식이 습관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습니다.
 Memory and Aging Project (MAP)라고 불리는 이 연구 프로젝트에 총 1545명의 노인이 참여했으며 최종적으로 연구를 마친 것은 이 중 923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마인드 다이어트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설문 조사와 면담을 통해 밝혔고 이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졌습니다. 그리고 연구 기간 동안 총 144명의 알츠하이머 병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인드 다이어트를 엄격하게 따른 그룹은 가장 덜 따른 그룹에 비해 알츠하이버 병의 위험도가 54%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간 그룹 역시 가장 덜 따른 그룹대비 35% 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사실 식습관이란 평생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지만, 알츠하이머 병은 확립된 예방법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고무적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 몇 개를 통해서 바로 임상적으로 응용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매우 잘 설계된 실험을 통해서 여러 번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의 리더인 모리스 박사는 앞으로 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더 많은 지역과 인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실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것이 실제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식생활 습관의 교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고무적인 결과가 될 것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같이 하기에는 알츠하이머 병이 너무나 질이 나쁜 병이기 때문이죠.
 알츠하이머 병은 알려진지는 오래되었지만, 예방 및 치료 방법은 아직 매우 제한적입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이 부분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
      
 참고

Journal Reference:
  1. Martha Clare Morris, Christy C. Tangney, Yamin Wang, Frank M. Sacks, David A. Bennett, Neelum T. Aggarwal. MIND diet associated with reduced incidence of Alzheimer's diseaseAlzheimer's & Dementia, 2015; DOI: 10.1016/j.jalz.2014.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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