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국의 사업가가 우주에 호텔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면 대부분 엘론 머스크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나사와 손잡고 이 사업에 가장 깊숙이 뛰어든 로버트 비글로(Robet T. Bigelow)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뛰어난 상상력과 모험정신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죠.
비글로는 1945년 라스베가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그가 살았던 장소에서 70마일 떨어진 사막에서는 핵실험이 진행되었는데, 그것이 그가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된 계기였다고 합니다. 이런 범상치 않은 환경에서 자란 비글로는 12세에 앞으로 자신의 진로를 우주 여행에 두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이공계로 진로를 정하는데는 한 가지 큰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학에 약했던 것이죠.
결국 금융 및 부동산 쪽을 전공한 그는 평생 동안 무려 15000 채의 부동산을 건설하고 8000 채의 부동산을 사들여 미국 굴지의 부동산 재벌이 되었으니 수학을 못했던 댓가치고는 쏠쏠한 재미를 본 셈이었습니다. 그는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에도 지분을 매각해서 오히려 큰 수익을 올렸습니다. 동시에 그는 숙박 및 호텔 체인 사업에도 진출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보통 이정도 되면 어린 시절 꿈은 일찌감치 잊어버리고 사업에 전념할텐데, 역시 이 분은 뭔가 다르신지 우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직접 연구는 못하지만 돈이 있으니 사람을 고용해서 우주를 향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1998-1999년, 라스베가스에 스타트업 기업인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가 설립되었습니다.
(연설중인 로버트 비글로. Bigelow Aerospace President Robert Bigelow talks during a press conference shortly after he and NASA Deputy Administrator Lori Garver toured the Bigelow Aerospace facilities on Friday, Feb. 4, 2011, in Las Vegas. Credit: NASA)
그런데 마침 나사의 엔지니어들 역시 곤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예산 문제인데, 이들이 오랜 세월 공들여 만든 팽창식 우주 모듈이 예산을 타내지 못해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우주에 뭔가를 발사하려면 막대한 돈이 듭니다. 그래서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1950년대부터 풍선 방식으로 팽창할 수 있는 팽창식 모듈을 생각해왔습니다. 다만 우주의 여러 가지 혹독한 조건에서 내구성과 신뢰성을 가진 팽창식 모듈을 개발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1990년대 나사는 트랜스하브(TransHab)라는 팽창식 모듈을 거의 완성하는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를 당시 건설되던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ISS)에 탑재한다는 계획까지 있었죠.
(나사의 트랜스하브의 개념도. 출처: 나사 )
(여러 층으로 구성된 팽창식 모듈의 개념도. 출처 : 나사 )
나사가 개발한 팽창식 모듈은 단지 작게 접어서 발사한 후 이를 풍선처럼 부풀리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겹으로 된 복합 구조로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이나 기타 불상사에서 내부에 탑승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없으면 나사 같은 정부 기관은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고, 지금까지 개발 했던 기술은 아깝게 사장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가 이 기술을 살리겠다고 나섰습니다. 나사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 기술의 라이센스를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에게 제공하면서 공동 개발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는 팽창식 모듈의 개발 및 우주 테스트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나사는 기술을 제공함과 동시에 ISS에서 테스트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대신 이 팽창식 모듈을 상업화 할 수 있는 권리는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측에 독점적으로 제공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하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팽창식 우주 모듈이 상업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더라도 수억 달러의 개발비를 대는 비글로 측이 꽤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 뛰어든 셈이지만 로버트 비글로는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작정합니다. 이 이후 이야기는 이전 포스트로 소개한 바 있죠.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는 2006년 Genesis I 모듈을 비롯해서 실제로 우주에서 모듈 테스트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팽창식 모듈의 테스트를 위해서 올해 ISS로 발사될 예정입니다.
(빔의 풀 스케일 목업. The Bigelow Expandable Activity Module (BEAM) is seen during a media briefing where NASA Deputy Administrator Lori Garver and President and founder of Bigelow Aerospace Robert T. Bigelow announced that BEAM will join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to test expandable space habitat technology, Wednesday, Jan. 16, 2013 at Bigelow Aerospace in Las Vegas. BEAM is scheduled to arrive at the space station in 2015 for a two-year technology demonstration. Credit : NASA )
(프로모션 비디오)
Bigelow Expandable Activity Module (BEAM)의 테스트가 이뤄지는 2015년까지 비글로가 투자한 돈은 5억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라스베가스 출신 답게 판돈을 확실히 거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발휘하는 셈인데, 본격적인 사업은 BEAM 다음으로 예정되어 있는 상업화 모듈에서 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 하지만, 한번 뿐인 인생 자기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부러운 일입니다.
글이 길어져서 여기서 한 번 쉬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우주 사업을 구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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