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신속 에볼라 진단 키트 테스트 성공 - 에볼라 관리에 새로운 길 열릴 듯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맹위를 떨친 에볼라는 2014년 가을을 계기로 점차 수그러지는 듯한 양상을 보였지만, 불행이 그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6월 14일로 끝난 주에도 여전히 24명의 확진 케이스가 기니와 시에라리온에서 나왔습니다. 다행히 다른 국가로의 전파는 심각하지 않은 상태지만, 에볼라는 언제든지 밖으로 번저나갈 수 있습니다. 

 에볼라와 싸우기 위해서 의료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입니다. 물론 에볼라를 100%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고 이를 모든 위험군에게 접종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백신 개발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볼라에 특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에볼라 전파 방지와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현재 에볼라는 RT-PCR 방식으로 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이 과정은 고도의 시설을 갖춘 선진국의 대형 병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에볼라가 창궐하는 가난한 서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에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에볼라 의심 환자가 나와도 최종 확인되는 데는 몇 일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며, 그 의심환자를 격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의료진이나 환자가 감염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심자의 혈액을 뽑는 과정에서 혈액에 의한 감염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진 전까지 격리하는 것도 의료 시설이 극도로 열악한 현지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에볼라 치료소에 격리되었다가 실제 환자가 아닌 의심자가 감염되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버드 의대 니라 폴로크(Nira Pollock, senior author of the paper and HMS assistant professor of medicine)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ReEBOV Antigen Rapid Test라는 에볼라 신속 진단 키트를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테스트 했습나다. 항원 항체 반응을 이용한 이 신속 진단 키트는 Corgenix 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이 회사는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키트를 기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에볼라 진단 키트를 테스트할 만한 대유행이 2014년 이전에는 없었고 테스트를 하기 위해 현지에 가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일인데,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이 임무를 담당하겠다고 하니 아마도 이 회사는 혼쾌히 기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이후에는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판매를 할 수 있죠. 

 아무튼 연구팀은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106명의 환자로부터 284개의 샘플을 얻어 테스트 했습니다. 환자의 혈액은 기존의 RT-PCR 방식과 새로운 진단 키트 두 가지 방식 모두로 테스트 되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새 진단 키트는 모든 확진 케이스를 놓치지 않고 진단했습니다. 즉 민감도(sensitivy)가 100% 였습니다. 특이도(specificity)는 92%로 위양성(실제로 질병이 없는데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습니다. 

 신속 진단 키트는 집에서 하는 자가 임신 테스트만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혈당 검사를 하듯 작은 주사침으로 피를 뽑아서 키트 위에 흘리면 양성인 경우 특정 색상의 띄가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저렴하고 빠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병원에 올 필요조차 없이 자가 진단까지 가능합니다. 이는 의료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점입니다. 현지 임시 의료소에서 바로 환자 확인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좀 더 연구를 통해서 검증이 완료되면 이 신속 진단 키트는 머지않아 에볼라 진료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면 에볼라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매우 유용한 진단 수단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혁신적인 연구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연구는 저널 란셋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Mara Jana Broadhurst, John Daniel Kelly, Ann Miller, Amanda Semper, Daniel Bailey, Elisabetta Groppelli, Andrew Simpson, Tim Brooks, Susan Hula, Wilfred Nyoni, Alhaji B Sankoh, Santigi Kanu, Alhaji Jalloh, Quy Ton, Nicholas Sarchet, Peter George, Mark D Perkins, Betsy Wonderly, Megan Murray, Nira R Pollock. ReEBOV Antigen Rapid Test kit for point-of-care and laboratory-based testing for Ebola virus disease: a field validation study. The Lancet, 2015; DOI: 10.1016/S0140-6736(15)61042-X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