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거대 가스 행성들은 모두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토성의 고리는 매우 거대해서 토성이라고 하면 고리부터 생각나는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눈에 잘 보이는 고리는 토성의 고리에서 가장 높은 밀도를 가지고 있는 안쪽의 고리들입니다. E 고리부터는 사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토성의 고리. 여기에는 E 고리까지만 표시.
E 고리의 경우 마미스에서 타이탄까지 분포하고 있는데 그 너비는 30만km에 달하고(토성에서의 거리는 18만km에서 48만km) 대부분의 입자는 밀리미터 크기나 그 이하로 매우 작습니다. 과학자들은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나오는 얼음의 간헐천이 이 고리에 물질을 공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나사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적외선 이미지를 확인하던 과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토성의 E 고리 밖에 거대한 또 다른 고리가 있다는 것이죠. 이 고리는 물론 더 희박한 물질로 이뤄졌지만, 그 크기는 어마어마해서 토성 반지름의 128배에서 207배 사이 공간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새로운 고리에 물질을 공급한 것이 토성의 위성 포에베(Phoebe) 인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포에베는 218.8 × 217 × 203.6 km 정도 크기의 위성으로 1899년 발견되었으며, 나사의 카시니 우주선의 탐사를 통해서 그 지형과 특성이 매우 상세히 발혀진 위성입니다. 공전 궤도는 토성에서 거의 1300만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위성의 가장 재미있는 특성은 역행성 궤도(retrograde orbit)를 공전한다는 것입니다. 즉, 토성의 자전 방향의 반대로 공전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이 위성이 토성과 같이 탄생한 위성이 아니라 본래 다른 장소에 있던 천체였으나 토성의 중력에 의해 포획된 위성이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포에베가 목성에서 해왕성 사이에 존재하는 천체의 모임인 켄타우로스(Centaurs. http://jjy0501.blogspot.kr/2013/07/160-centaurs.html 참조) 중 하나였다가 토성에 중력에 포획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에베의 근접 촬영 사진. 출처 : 나사)
(포에베의 주요 크레이터 Credit: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2004년 카시니가 확인한 포에베의 표면은 거대한 크레이터 투성이의 위성이었습니다. 역주행을 하는 위성으로 아마도 다른 작은 소행성 및 위성과 충돌을 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음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2009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토성의 거대 고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리는 매우 작고 어두운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육안으로는 절대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고리인데, 과학자들은 이 어두운 물질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포에베입니다.
포에베는 알베도가 0.06 밖에 안되는 정말 어두운 위성입니다. 다시 말해 태양빛의 94%를 흡수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탄소 가루보다 더 어둡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포에베가 다른 위성이나 소행성과 큰 충돌을 일으켰다면 당연히 포에베에서 나온 입자들이 거대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 발견된 고리는 포에베 고리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포에베 고리와 토성의 고리의 상대 크기. Artist Concept NASA/JPL-Caltech/Keck (Image credit: NASA/JPL-Caltech/Keck) )
(WISE로 관측한 포에베 고리. WISE Band 4 mosaic of the Phoebe ring. a, Individual WISE frames manually combined: scattered light from Saturn forms the large white overexposed blob with a black centre while four diagonal diffraction spikes radiate outward. Bright reflections of Saturn are visible as smaller white lumps with black centres at the six and twelve o’clock positions. Iapetus (black dot) and the more distant Phoebe (white dot) are visible at nine o’clock. The Phoebe ring is the white, horizontally oriented 550RS × 40RS rectangle. b, We subtract ±90° rotations of the top frame from itself, yielding clean and cluttered ring ansae (the apparent ends of edge-on rings); here we stitch the two clean ansae together to significantly reduce scattered light and reveal the ring’s inner regions. Distance scale applies to a and b. Credit: (c) Nature 522, 185–187 (11 June 2015) doi:10.1038/nature14476 )
최근 메릴랜드 대학 및 버지니아 공대의 과학자들은 나사의 다른 적외선 관측 위성인 WISE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포에베 고리의 크기가 생각보다도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포에베 고리는 토성 지름의 100배에서 270배에 이르는 공간에 펼쳐져 있다고 합니다. 이는 400만 마일에서 1000만 마일(640만km에서 1600만k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입니다. 이들은 이 내용을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이 고리를 만드는 물질 가운데 대부분은 지름 10cm 미만의 작은 물질입니다. 그리고 밀도 역시 안쪽의 고리에 비해 매우 낮을 것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은 재미있습니다.
토성의 위성 가운데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포에베도 그 목록에서 빠지면 안될 것 같네요.
참고
Small particles dominate Saturn's Phoebe ring to surprisingly large distances, Nature 522, 185–187 (11 June 2015) DOI: 10.1038/nature1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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