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톱상어의 처녀 생식?



 일반적으로 생식은 유성 생식과 무성 생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무성 생식은 짝짓기가 필요없는 만큼 솔로인 상태거나 혹은 빠른 증식이 필요할 때 이상적입니다. 다만 모든 개체가 같은 DNA를 지니게 되므로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 감염, 그리고 환경 변화에 취약해지는 문제점이 생깁니다. 유성 생식은 짝짓기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복잡하지만 대신 다양한 DNA 조합을 지닌 후손을 남길 수 있으므로 감염이나 환경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통 척추동물은 대부분 유성 생식을 합니다. 대부분이라는 표현은 일부 조류, 파충류(예를 들어 코모도 왕도마뱀), 어류가 사육되는 상태에서 무성 생식을 한 기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일부 야생 척추 동물도 무성 생식(parthenogen. 처녀 생식, 단위 생식이라는 표현도 같이 사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무척추동물과는 달리 척추 동물의 무성 생식은 자연적으로는 드문 일입니다.

 스토니 브룩 대학의 데미안 채프만(Demian Chapman of Stony Brook University in New York )과 여러 연구기관의 동료들은 5종의 톱상어 중 하나인 스몰투스 톱상어(Smalltooth sawfish)가 자연 상태에서 무성 생식을 한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이를 저널 Current biology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에서 위기에 처한 스몰투스 톱상어의 DNA 조사를 통해서 전체 개체의 3% 정도가 사실은 무성 생식을 통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사실입니다.



(스몰투스 톱상어. These are juvenile smalltooth sawfish in the Charlotte Harbor estuarine system, Florida.
Credit: 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 (FWC) )   


 일반적으로 무성 생식은 척추 동물처럼 크고 복잡한 형태의 동물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어차피 개체수를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무성생식을 통해서 빠른 증식을 하는 이점도 별로 없고 오히려 적은 개체수의 군집이 모두 같은 DNA를 가지고 있으며 환경 변화나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자연 상태에서는 유성 생식만 한다고 알려진 일부 척추동물이 매우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는 무성 생식을 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짝짓기를 하기 위해 수컷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지면 대안으로 무성 생식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플로리다 연안에 서식하는 스몰투스 톱상어는 남획과 해안 생태계 파괴로 위기에 놓인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성 생식을 통해서 증식하는 척추동물의 새끼는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번에 발견된 7 개체의 무성 생식 개체는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더 많은 종류의 척추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면 아마도 이런 자연적 무성 생식 개체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자연 상태의 무성 생식 척추 동물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더 많이 발견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수많은 동식물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시기에는 더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척추 동물의 무성생식은 위기에 처한 종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과 같은 의미일지 모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Fields et al. Facultative parthenogenesis in a critically endangered wild vertebrateCurrent Biology, 2015 DOI: 10.1016/j.cub.2015.04.01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