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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머리를 찾은 할루키게니아


1977년, 고생물학자들은 아주 기이하게 생긴 고생대 화석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 화석은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다른 대형 동물의 부속지라는 주장도 있었을만큼 하나의 생물로 보기에는 꽤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아래위는 물론 앞뒤조차 구별하기가 어려운 이상한 동물이었습니다.

 이 동물에게는 환상의 동물이라는 뜻이 할루키게니아(Hallucigenia)라는 속명이 주어졌습니다. 할루키게니아는 0.5-3.5cm 정도의 아주 작은 동물로 아마도 절지 동물내지는 유조 동물(onychophora)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할루키게니아 스파르사의 화석.  Hallucigenia sparsa from the Burgess Shale (Royal Ontario Museum 61513). The fossil is 15 mm long. Credit: Jean-Bernard Caron)   

 이 동물이 살았던 시기는 대략 5억년 전입니다. 당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는 생물학상의 큰 변화가 있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 현생 동물의 대부분의 문이 등장했는데, 초기에 나타난 여러 실험적인 종들은 지금 보기에는 매우 기괴하지만 결국 이들 중 일부가 후손을 남겨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생물종들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 시기 등장한 기괴하게 생긴 고대 종 가운데는 대체 뭐하는 동물인지, 혹은 동물이 맞는 건지도 알기 어려운 독특한 무리들이 존재합니다. 할루키게니아 역시 그 중 하나죠. 

 과학자들은 처음 이 동물을 찾았을 때 위 아래를 거꾸로 해석해서 가시 같은 부속지로 걷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서 이 작은 동물이 바다 밑을 작은 다리로 걸었으며 가시처럼 보이는 부분은 방어를 위한 구조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대체 머리가 어딘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더 큰 동물의 부속지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왔습니다. 사실 고생대의 거대 포식자인 아노말로카리스 역시 처음에는 하나의 동물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다른 동물이라고 생각했다가 완전한 화석이 발견되어 사실 하나의 동물의 화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마틴 스미스 박사(Dr Martin Smith, a postdoctoral researcher in Cambridge's Department of Earth Sciences)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및 토론토 대학의 장 베르나르 카론(Dr Jean-Bernard Caron, Curator of Invertebrate Palaeontology at the Royal Ontario Museum and Associate Professor in the Departments of Earth Sciences and Ecology & Evolutionary Biology at the University of Toronto) 은 할루키게니아의 화석을 분석해서 이 동물의 머리가 어디인지 밝혀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과거 머리 부분으로 생각되던 풍선 같은 부풀어 오른 부분은 사실은 할루키게니아가 죽은 후 남은 물질이나 혹은 장내 물질이 모여서 형성된 찌거기라고 합니다. 머리는 그 반대쪽으로 전자 현미경으로 이를 관찰했을 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연구자들은 머리에서 한 쌍의 눈의 흔적과 더불어 매우 작지만 바늘처럼 생긴 이빨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다시 복원된 할루키게니아의 모습은 역시 기괴합니다.



(할루키게니아의 새로운 복원도. Color reconstruction of Hallucigenia sparsa. Credit: Danielle Dufault)    



(동영상. 복원 영상은 3분 37초 이후)

 할루키게니아는 2014년에 그 발에서 발톱이 발견되어 현생 동물 가운데 유조동물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유조동물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기괴한 모습을 한 동물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캄브리아기의 대폭발 시기에는 이렇게 다양한 동물들이 새로운 다자인을 들고 나와 경쟁했습니다. 그리고 그 승자는 후손을 남겨 현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할루키게니아는 이 역동적인 시대에서 가장 독특한 디자인을 시험했던 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무튼 위/아래는 물론 앞/뒤 조차 알 수 없었던 할루키게니아의 미스터리는 이렇게 오랜 연구를 통해서 해결된 셈입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Martin R. Smith, Jean-Bernard Caron. Hallucigenia’s head and the pharyngeal armature of early ecdysozoans. Nature, 2015; DOI:10.1038/nature1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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