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대기는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기 구조는 행성마다 다르지만, 외계 행성 역시 복잡한 대기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거대 가스 행성들은 복잡한 대기층을 가지고 있고 외계 가스 행성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모성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뜨거운 목성형 행성들은 어떨까요? 나사의 허블 우주 망원경이 이들 역시 성층권과 자외선 차단 층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성층권과 자외선 차단층의 증거가 발견된 것은 WASP-33b라는 뜨거운 목성형 행성입니다. 이 행성은 지구에서 대략 380 광년 떨어져 있으며 태양 질량의 1.5 배 정도 되는 모성 주변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질량의 목성의 4.6배 정도인데, 공전 거리는 0.02558AU에 불과해 표면 온도는 섭씨 3200도에 달하는 매우 뜨거운 행성입니다. 그러나 이 행성의 대기층 아래는 훨씬 온도가 낮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WASP-33b의 대기 구조. WASP-33b's stratosphere was detected by measuring the drop in light as the planet passed behind its star (top). Temperatures in the low stratosphere rise because of molecules absorbing radiation from the star (right). Without a stratosphere, temperatures would cool down at higher altitudes (left).
Credit: Courtesy of NASA/Goddard)
본래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측하는 일 자체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연치 않은 기회에 WASP-33b의 대기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 행성이 모항성 뒤를 스쳐지나가는 동안 통과하는 빛을 관측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흔치 않은 기회를 포착한 과학자들은 근자외선 파장의 스펙트럼을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스펙트럼을 분석한 메릴랜드 대학의 드레이크 데밍(Drake Deming at the University of Maryland )은 물 분자의 존재와 더불어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데이터와 이전 연구 데이터, 그리고 허블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를 확인한 코리 하인즈(Korey Haynes)와 동료들은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고도에 따른 온도 변화를 포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외계 행성의 대기 온도는 상층에서는 매우 뜨겁지만 아래로 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즉 지구의 성층권 같은 기온 역전이 일어난 것입니다.
보통 지구에서 대기의 기온은 표면에서는 높지만 위로 갈수록 차가워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성층권에서는 기온 역전이 일어납니다. 성층권의 오존층이 태양의 자외선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외계 행성은 산소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오존층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뭔가 다른 물질이 오존 처럼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연구팀의 분석에 의하면 이 행성의 성층권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물질은 아마도 산화 티타늄(titanium oxide)인 것 같다고 합니다. 산화 티타늄은 이 행성의 높은 온도에서 증기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가시광과 자외선 영역에서 동시에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강력한 태양광선 차단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와 같은 독특한 대기 구조는 이제까지 태양계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확실히 태양계는 우주에 매우 흔한 행성계이겠지만, 다른 행성계가 모두 태양계의 행성 같은 행성들로만 구성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주의 다양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고 연구를 지속할 수록 더 신기한 행성들이 발견될 것입니다. 우주의 신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겠죠.
이 연구는 저널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Korey Haynes, Avi M. Mandell, Nikku Madhusudhan, Drake Deming, Heather Knutson.Spectroscopic Evidence for a Temperature Inversion in the Dayside Atmosphere of the Hot Jupiter WASP-33b. Astrophysical Journal, 2015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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