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370 - 토성의 위성 하이페리온의 다른 면을 보다



 토성은 질량으로 봤을 때는 거대 위성인 타이탄외 기타 위성으로 이뤄졌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타이탄 이외의 위성은 다 작은 것 뿐입니다. 하지만 작아도 꽤 재미있는 위성들이 존재합니다. 미마스나 이아페투스, 그리고 엔셀라두스 등이 그런 대표적인 사례죠. 오늘 소개하는 하이페리온(Hyperion, 혹은 히페리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위성은 1848년에 발견되었으며 처음에는 새턴 VII로 불리다가 이 명칭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60.2 × 266 × 205.4km 정도의 크기의 길쭉한 감자 같은 위성으로 토성에서는 평균 148만 km 떨어진 궤도를 21일 정도 주기로 공전 중입니다. 이 위성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길쭉한 모양이 아니라 구멍이 송송 뚫린 독특한 외형에 있습니다.


(2005년 9월 26일. 카시니에 의해 505km 근접 촬영이 이뤄진 하이페리온. 출처 : 나사 ) 


 이와 같은 사실은 나사의 카시니 탐사선에 의한 근접 촬영 결과 밝혀졌습니다. 동시에 이 위성의 중앙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존재합니다. 이 크레이터는 너비가 121.57km에 달하며 깊이는 10.2km 달하기 때문에 하이페리온이 엄청난 충돌을 겪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아마도 가장 가능한 설명은 대략 350 - 1000km 지름을 가진 위성이 충돌하면서 남은 파편 가운데 하나가 이 위성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위성이 엄청나게 가볍다는 것입니다. 밀도가 0.544±0.050 g/㎤ 에 불과한데 이는 스펀지처럼 생긴 다공성 구조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 역시 거대한 충돌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꽤 흥미로운 연구 대상인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카시니 탐사선은 이 위성에 2005년 9월 26일 505km까지 근접하는 기회를 얻었고 여기서 위에 보이는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이페리온의 사진은 이 때 얻은 것입니다. 다만 잠시 플라이 바이를 하는 수준이고 완전히 위성 주변을 공전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위성 전체의 초근접 사진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2011년에도 잠시 근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 역시 58000km 이상 거리에서 각도가 좋지 못해 상세한 사진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5월 31일, 카시니의 임무 중 마지막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카시니는 34,000km 까지 근접해서 다시 좀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2015년 5월 31일. 카시니에 의해 38,000km 근접 촬영이 이뤄진 하이페리온. 출처 : 나사
NASA's Cassini imaging scientists processed this view of Saturn's moon Hyperion, taken during a close flyby on May 31, 2015. This flyby marks the mission's final close approach to Saturn's largest irregularly shaped moon.
North on Hyperion is up and rotated 55 degrees to the left. The image was taken in visible light with the Cassini spacecraft narrow-angle camera on May 31, 2015.
The view was acquired at a distance of approximately 24,000 miles (38,000 kilometers) from Hyperion and at a Sun-Hyperion-spacecraft, or phase, angle of 46 degrees. Image scale is 145 feet (230 meters) per pixel.)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분석해서 하이페리온의 비밀을 분석하는 일은 앞으로의 연구 과제입니다. 다만 카시니의 하이페리온 탐사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사는 이제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이 탐사선을 다시 하이페리온에 플라이바이 시킬 계획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동안은 이 사진이 마지막 근접 촬영 사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가지 더 사족이지만 이렇게 불규칙한 생김새와 다른 위성과의 중력 상호작용 때문에 이 위성은 불규칙한 자전을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잠시 잘못 설명한 부분인데 (ㅠㅠ) 태양계에서 불규칙 자전을 하는 명왕성의 위성들과 더불어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위성인 점은 분명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