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죽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새로 분열한 세포로 대체됩니다. 오래된 세포는 노쇠해서 제대로 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비록 수명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세포 생물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런 메커니즘으로 다세포 생물은 보통 세포 하나보다 훨씬 오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계획된 세포의 죽음(아포토시스, apoptosis)은 개체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 만약 아포토시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곧 노쇠해져 우리는 금방 죽고 말 것입니다.
어떤 세포들은 죽음을 잊어버리고 무한 증식을 시도하는 데, 이러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반대입니다. 한마디로 악성 종양 세포가 된 것이기 때문이죠. 즉 전체가 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세포가 적당히 죽어야만 합니다.
일단 아포토시스가 일어나면 핵은 쪼그라들고 DNA는 규칙적으로 절단됩니다. 그리고 세포가 점차 쪼그라들면서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를 주변에 식세포가 잡아먹어 처리합니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해왔는데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라 트로브 분자과학 연구소(La Trobe Institute of Molecular Science)의 이반 푼 박사(Dr Ivan Poon)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해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An example of a white blood cell experiencing apoptotic long-beaded apoptopodia. 출처: 라 트로브 분자과학 연구소)
이 사진에서는 죽어가는 백혈구에서 여러 개의 구슬 같은 파편들이 조각나면서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촉수처럼 보이기도하는 긴 줄이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본래 세포 크기의 8배까지 자라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비디드 아포토포디아(beaded apoptopodia)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조각들은 결국 나중에 다른 백혈구에 의해 처리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인간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과정은 이제까지 매우 불규칙하게 일어난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이 과정이 매우 잘 조절된 세포 자살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밝히지 못한 사실도 많습니다.
과학적 연구와 별개로 죽어가는 세포의 모습은 아주 난해한 현대 미술작품 같은 느낌입니다. 죽어가는 세포의 모습은 처절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를 살리기 위해 순응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그 모습이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보다 더 예술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A novel mechanism of generating extracellular vesicles during apoptosis via a beads-on-a-string membrane structure." Nature Communications 6, Article number: 7439 DOI: 10.1038/ncomms8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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