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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년 전 치석이 알려준 최초의 대기 오염


 치석 (dental calculus)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스케일링을 통해서 없애야 하는 귀찮은 세균 부산물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40만 년 전의 치석이 당시 있었던 대기 오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Tel Aviv University )과 호주, 영국, 스페인의 다국적 합동 연구팀은 텔 아비브 근교의 케셈 동굴(Qesem Cave)에서 40만 년 전 치아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치아는 아니고 그보다 더 오래된 호미닌 (hominin) -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 같은 - 의 치아입니다.



(이번에 발굴된 호미닌의 치아. Human teeth from Qesem Cave. Credit: Prof. Israel Hershkovitz, Tel Aviv University )
 일반적으로 치아는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이기 때문에 가장 화석화되기 쉬운 부위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먹고 살았는가 등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작은 화석이긴 하지만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치아에 있는 치석 역시 매우 중요한 과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화석에서 치석을 분석한 결과 알려진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환기가 잘 되지 않은 환경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것입니다. 화석의 주인공이 숨을 쉴 때 들어온 탄 숯의 입자들이 여기에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대기 오염이라고 하면 자동차나 공장 매연같은 실외 대기 오염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실내 대기 오염(indoor air pollution) 역시 건강상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환기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고 아직도 나무나 숯을 사용하는 개도국의 주방 및 실내 환경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동굴에서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은 이런 문제까지 신경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일단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있고 이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불완전 연소가 이뤄진 나무는 여러 가지 오염물질을 발생시키며, 동굴 속에 환기가 잘 안되는 환경은 실내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치석 연구를 진행했던 카렌 하디 교수(Prof. Karen Hardy )는 이것이 최초의 실내 공기 오염의 증거( world's first indoor BBQs had health-related consequences)라면서 불의 사용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가져왔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불의 사용은 생존에 매우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렇듯이 댓가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댓가는 바로 대기 오염이었죠. 그러나 이런 댓가가 문명을 뒷걸음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불의 사용의 이점은 너무 확실해서 이런 댓가를 치루고라도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선사시대 호미닌들도 동굴내의 공기가 탁해진다는 것은 알았겠지만, 음식을 조리하고 난방을 하고 다른 동물을 쫓아내는 문명의 이기인 불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연구자들은 치석에서 다른 흥미로운 내용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는 식물에서 기원한 섬유질도 있었는데, 일부는 고기와 곁들어 먹은 채소겠지만 분명 그런 용도가 아닌 것 같은 잔류물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이 이쑤시개 용도로 사용하던 식물의 잔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추정이 옳다면 역사상 최초의 이쑤시개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치 않은 장소에서 나온 여기치 않은 증거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아무튼 40만 년 전 호미닌들도 지금 호미닌의 후손들 (호모 사피엔스) 처럼 문명의 양면성을 누리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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