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3D 프린팅 기술은 큰 진전을 거듭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은 널리 사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몇 가지 분야에서는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출력하는 소재 역시 과거의 플라스틱 계통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소재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무나 합판 소재를 출력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열을 가해서 적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무의 주된 소재인 셀룰로스를 나노미터급으로 잘게 나눈 물질인 CNF(cellulose nanofibrils)를 이용해서 이 한계를 극복했다는 소식입니다.
스웨덴 칼머스 공대(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의 파울 카텐홀름 교수(Paul Gatenholm, professor of Biopolymer Technology at Chalmers)와 그의 동료들은 적층 공법을 이용해서 셀룰로스 제품을 만들기 위해 CNF를 적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셀룰로스라는 소재 자체가 열에 취약해 녹여서 붙이는 일반적은 3D 프린팅 방식은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그래소 CNF 소재와 95-99%가 물로 된 하이드로젤 복합소재를 3D 프린터 방식으로 출력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복합 소재를 조금씩 적층해서 3차원적인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이렇게 출력한 제품이 마르면서 본래의 모양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한 셀룰로스 나노피브릴. The tiny chair made of cellulose is a demonstrational object printed using the 3-D bioprinter at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Credit: Peter Widing )
연구팀은 이렇게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본래 의도했던 모양이 되도록 하는 데 큰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 이렇게 노력을 기울여 셀룰로스를 3차원으로 출력하면 뭐가 좋을까요. 그래봤자 나무로 된 의자나 식탁을 출력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 이 부분이 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이 셀룰로스에 카본 나노튜브를 섞으면 전기가 흐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CNF 자체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지만 카본 나노튜브를 섞은 혼합물은 마르면서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이 됩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물질을 섞어서 3D 프린팅하면 3차원적인 모양의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3차원 회로는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물질로 독성이 없고 필요한 자원 역시 희토류가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기존의 회로보다 훨씬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아직 회로를 실제 출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연 기존의 PCB 기판을 대체할 바이오 3D 프린팅의 시대가 올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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