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는 혈당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이 명제는 별로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일반인들의 오해는 혈당이 높아지는 것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 당뇨 환자는 혈당 조절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는데다 약물이나 인슐린 복용 때문에 저혈당이 오기 쉽습니다. 그리고 저혈당 쇼크는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혈당 관리라는 것은 혈당이 가능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정상 범위에 오게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당뇨 환자가 혈당을 낮춰야 합병증 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입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혈당을 낮춰야 할까요? 더 낮출수록 좋을 것 같지만,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엄격한 혈당 관리는 앞서 이야기한 저혈당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일반인처럼 조절되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어느 수준까지 조절을 하는 것이 안전한 혈당 관리가 되는지는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기념비적인 장기 혈당 관리 연구인 UKPDS, ACCORD 연구에서는 엄격한 혈당관리가 심혈관 사건(cardiovascular event) 위험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UKPDS가 사망 위험도도 줄인 반면 ACCORD에서는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미국 앤아버 재향 군인 병원의 로버트 헤이워드(Robert A. Hayward)와 그의 동료들은 재향 군인 당뇨 연구(Veterans Affairs Diabetes Trial, VADT) 결과를 통해 엄격한 혈당 조절이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조사했습니다.
VADT 참여자들은 평균 60세의 고령자로 평균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평균 9.5%인 2형 당뇨 환자입니다. 이 연구에는 본래 총 1791명의 환자가 참여했습니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통상 혈관 관리군(standard therapy)과 엄격한 혈당 관리군(intensive therapy)로 나뉘어 추적 관찰했습니다. 평균 5.6년간 관찰한 이전 보고에서 엄격한 혈당 관리가 심혈관 사건의 빈도는 줄이지만 사망률을 줄이지는 못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연구팀은 다시 더 장기간 추적 관잘 결과를 저널 NEJM에 발표했습니다. 추가로 5년간 1391명을 추적 관찰 결과는 이전 연구 결과와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심혈관 사건(심근 경색, 뇌경색, 심부전, 사지 절단 등)의 위험도는 17% 정도 감소했으나 사망 위험도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다른 혈당 관리 연구인 ADVANCE와 일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본래 VADT 연구에서 일반 관리군과 엄격 관리군의 당화혈색소 수치 차이는 8.4%와 6.9%로 1.5% 나 차이가 났습니다. 따라서 혈당 관리 부분에서 차이가 꽤 나는 반면 사망률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60세 이상 고령자에서 엄격한 혈당 관리가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큰 이득이 없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사실 각 코호트 연구 별로 결과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이 차이는 환자들의 연령대, 인종, 당뇨를 앓은 기간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한 것으로 보임) 해석에는 주의를 요합니다. 다만 이 결과는 혈당 관리가 합병증 예방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령 환자에서는 지나친 혈당 관리는 아주 큰 이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혈당 관리는 중요하지만 너무 지나쳐서도 안된다는 것이죠. 특히 저혈당이 자주 온다면 득실을 잘 따져서 약물과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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