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피부세포에서 인간 배아 줄기 세포 생성 성공



  
 오레곤 건강 과학 대학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과 오레곤 국립 영장류 연구 센터 (Oregon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ONPRC)) 의 과학자들이 체세포 핵이식 방법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or SCNT ) 을 이용해서 피부 세포를 인간 배아 줄기 세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cell 최신 호에 보고 했습니다. 오레곤 팀이 과학자들은 이미 2007 년에 원숭이를 이용해 같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습니다. 


 ONPRC 의 수석 과학자인 Shoukhrat Mitalipov 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23 - 31 세 사이의 여성 9 명으로부터 기증받은 126 개의 신선 난자를 사용했습니다. 기증자 중 2 명은 유전성 신경 대사 질환인 라이 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난자에 타인에서 추출한 피부 세포에서 핵을 분리한 후 이 핵을 이식하는 체세포 핵이식 방법을 통해 특정인 (혹은 환자) 의 DNA를 가지고 있는 인간 배아 줄기 세포 (Human Embryonic Stem Cell) 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체세포 핵이식 중인 난자  The first step during SCNT is enucleation or removal of nuclear genetic material (chromosomal) from a human egg. An egg is positioned with holding pipette (on the left) and egg's chromosomes are visualized under polarized microscope. A hole is made in the egg's shell (zone pellucida) using a laser and a smaller pipette (on the right) is inserted through the opening. The chromosomes then sucked in inside the pipette and slowly removed from the egg. (Credit: Cell, Tachibana et al.))  


 최종적으로 126 개의 난자 중에 6 개가 성공해서 4.8% 정도의 성공률을 보였는데 이는 이전에 동물 실험에서의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특히 라이병 환자에게서 기증 받은 20 개의 난자 중 7 개가 배아 세포 형성에 사용되었는데 그 중 2 개가 성공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인간 배아 줄기 세포는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파킨슨 병이나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심장 질환, 척추 손상 등의 질환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지만 한국에서 특히 기억나는 것은 과거에 있던 어떤 사건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던 모 교수가 결국은 조작한 결과를 바탕으로 학계와 나라를 속였다는 씁쓸한 이야기였죠. 개인적으로는 당시에도 이해가 안되던 게 있다면 그게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 임상에서의 적용과는 아직 거리가 먼 이야기인데 언론에서는 마치 모든 질병이 정복될 것 처럼 대서 특필을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조작한 사람이 근본적으로 잘못했지만, 사견으로는 확실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도 실제보다 부풀려서 보도하는 언론의 특징이 아주 잘 나타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제 실제 비슷한 연구가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곧 위에서 언급한 질환이 정복될 것 같은 언론 보도는 보기 힘듭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성공해서 국내 언론에서 짧게 다뤄지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 까지는 앞으로 상당히 먼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해외 언론에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비슷한 보도를 했다가 망신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현재까지 인간 배아 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켜 안전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은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 이식된 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 예를 들어 암세포로 분화한다든지 - 질병을 치료하는 순기능만 할 수 있을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특정한 질환에서 미래에 치료 가능성 때문에 계속해서 주목받는 연구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 Mitalipov 팀이 성공한 방법은 피부에서 추출한 체세포의 핵을 처리한 후 신선한 난자에 화학 물질로 'metaphase (중기)' 상태를 핵 이식 기간 동안 오래 유지시킨데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습니다. 인간의 난자는 다른 종에 비해서 매우 약해서 동물 실험과는 달리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배아 줄기 세포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기법으로 앞으로 인간 배아 줄기 세포 연구의 돌파구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여성에서 난자를 기증받아야만 가능한 치료라는 점에서 그 적용범위는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동물에서 추출한 난자를 사용하는 방식은 종간에 바이러스 전파의 가능성을 비롯해서 다소 위험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서 현재로써는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비록 지금 시점에서 이 기술의 미래를 말하긴 힘들지 모르지만 향후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Masahito Tachibana, Paula Amato, Michelle Sparman, Nuria Marti Gutierrez, Rebecca Tippner-Hedges, Hong Ma, Eunju Kang, Alimujiang Fulati, Hyo-Sang Lee, Hathaitip Sritanaudomchai, Keith Masterson, Janine Larson, Deborah Eaton, Karen Sadler-Fredd, David Battaglia, David Lee, Diana Wu, Jeffrey Jensen, Phillip Patton, Sumita Gokhale, Richard L. Stouffer, Don Wolf, Shoukhrat Mitalipov. Human Embryonic Stem Cells Derived by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Cell, 2013; DOI:10.1016/j.cell.2013.05.00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