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위암 환자 65% 는 증상없이 진단 ?



 서울대학교 암병원 위암센터에서 1986 년에서 2009 년 사이 진료한 위암 환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65% 는 특별한 증상없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증상자체가 별로 특징적이지 않은 소화 불량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현장에서 환자를 본 의사 입장에서 이야기 해보면 특별한 증상이 있어서 온 경우보다 그냥 건강 검진하다 발견되는 경우가 요즘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 그 경우엔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운나쁘게 꽤 진행해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말이죠.  


 한국에서는 국가 암건진 사업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 사실 위암 검진 사업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실제 조기 위암 환자를 발견하는데는 꽤 기여를 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서구 국가들은 위암 발생율 자체가 낮다 보니 위암 검진 사업에 대한 연구가 잘 안 된건 사실입니다. 


 우리 나라는 위암 조기 검진에 사용되는 위 내시경의 수가 자체가 워낙 저렴한데다 위암이 아니더라도 (다행히 생각보다 위암 환자가 아주 흔하진 않습니다. 드물지도 않지만) 위/십이지장 궤양, 역류성 식도염을 동반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 건강 검진은 물론 일반 진료 현장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조기 위암 발견 경우가 크게 늘어서 완치되는 위암 환자의 비율이 상당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내시경에서 보이는 위암 병변. 그런데 이 정도 위암이라도 증상은 특별한게 없을 수도 있음. Stomach cancer shown by EGD. Its histology was poorly differentiated with signet ring cells.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Source : Med Chaos ) 



(2010년 국가 암등록 통계에 나타난 주요 암의 5 년 생존율  )



 지난 20 년간 위암의 5 년 생존율은 42.8 % 에서 최근에는 67% 까지 증가했는데 생존율이 매우 높은 조기 위암이 많아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 위암 가운데는 위를 잘라낼 필요 없이 내시경적인 방법으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도 많아서 이전보다 확실히 치료 성과나 삶의 질 면에서 유리해 졌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모든 암의 5 년 생존율이 41.2 % 에서 64.1 % 로 계속해서 높아진 것을 알수 있는데 이는 주로 치료가 잘되는 암인 갑상선, 위, 대장, 유방암등에 의한 것으로 특히 위, 대장, 유방암의 경우는 암 검진 사업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세상에 100% 질병을 조기에 밝혀내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검진 사업을 통해 모든 암이 다 발견되지는 않지만 아무튼 안하는 것 보다는 더 빨리 발견할 가능성이 있겠죠. 다만 일부 암들의 경우 조기 검진이 별 효과가 없다고 - 예를 들어 췌장암 같은 경우 - 알려져 있긴 합니다. 



(2009 년 국가 암등록 통계에 나타난 주요 암의 평생 누적 발생 확률 )


 대개 평균 수명까지 살게 되면 평균적으로 암에 걸릴 확률은 1/3 정도 입니다. 남성의 경우 평균 수명에 이를 때까지 위암에 걸릴 확률이 9.1% 로 사실 낮지 않습니다. 여자도 4.8% 에 달하니까 그다지 낮지 않은 확률을 가진 셈입니다.


 위암의 경우 자각 증상이 있다해도 그냥 소화 불량이나 비특이적인 복통이 대부분이라 초기에 증상이 있어 발견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40 세 이상에서 2 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왔긴 했지만 아무튼 한국처럼 위암의 유병률이 높고 위내시경 수가 자체가 저렴한 국가에선 가능한 방법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다만 서구 국가들 처럼 위암 유병률은 낮고 의료 수가가 비싼 국가에서는 당연히 할 필요가 없겠죠. 



(2004 WHO 통계에 따른 국가별 위암 사망률.  OECD 국가 가운데서는 한국이 높은 편이며 미국은 상당히 낮은 편.


English: Age-standardised death rates from Stomach cancer by country (per 100,000 inhabitants).
   no data
   less than 3.5
   3.5-8
   8-12.5
   12.5-17
   17-21.5
   21.5-26
   26-30.5
   30.5-35
   35-40
   40-45
   45-50
   more than 50




 왜 이렇게 국가별로 위암 발생률에 차이가 있는지는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식생활 및 헬리코박터균 감염율, 유전적 요인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말을 달리 하면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의미도 될 수 있습니다. 폐암처럼 주된 원인이 되는 흡연을 줄여서 미래의 폐암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아마도 위암 유병률이 크게 감소하거나 혹은 획기적인 예방법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일부 유병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기 위암을 찾아내기 위해 위내시경이 널리 시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관련 기사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