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여름철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모기입니다. 귀찮게 소리를 내면서 수면을 방해하거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말라리아 같이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질병입니다. 다행히 한국에는 없는 이집트 숲모기 (Adedes aegypti) 는 황열 모기 (yellow fever mosquito) 로도 불리며 뎅기열 (Dengue fever) 과 황열 (Yellow fever) 등 여러 질환들을 인간에게 매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집트 숲모기 (Adedes aegypti) Source : James Gathany, PHIL, CDC )
따라서 질병 만큼이나 이들 매개 곤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록펠러 대학의 레슬리 보스홀 (Leslie Vosshall ) 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A. aegypti 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인간 냄새에 대한 이 모기의 선호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Nature 지에 보고했습니다.
이들은 orco 라는 냄새를 감지하는데 관련된 A. aegypti 의 유전자를 변형시켰습니다. 이를 위해 모기의 배아에 targeted zinc-finger nucleases 를 집어넣고 돌연변이를 유발한 후 부화시켰습니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키운 모기는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선호도를 비교했을 때 야생종과는 달리 인간이 아니라 다른 동물을 더 선호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유전자 변형 모기들은 이전부터 연구 중에 있습니다. 질병을 퍼트리는 능력을 줄이거나 없앤 모기들을 야생에 풀어서 이 모기들이 매개하는 질환을 줄이려는 시도는 이미 시행 중입니다. 이 연구는 모기의 인간에 대한 선호도를 줄이는 것 이외에도 한개의 유전자가 '좋은 냄새' 와 '나쁜 냄새' 를 구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인간 역시 선천적으로 좋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할 줄 아는 점으로 봤을 때 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곤충의 경우 당연히 특정 유전자가 특정 냄새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모기라면 인간의 냄새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겠죠. 어떻게 냄새에 대한 선호도가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아직 100% 모르지만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그 메카니즘의 규명에 한결 더 다가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유전자 변형 모기들이 대표적인 벌레 쫓는 물질인 DEET 에 대해서도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orco 유전자가 한가지 냄새에 대한 선호도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반응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모기가 저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연구에 눈길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모기가 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다면 환영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atthew DeGennaro, Carolyn S. McBride, Laura Seeholzer, Takao Nakagawa, Emily J. Dennis, Chloe Goldman, Nijole Jasinskiene, Anthony A. James, Leslie B. Vosshall. orco mutant mosquitoes lose strong preference for humans and are not repelled by volatile DEET. Nature, 2013; DOI: 10.1038/nature1220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