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세기 들어와서 달갑지 않은 변화가운데 하나는 전세계의 바다에 해파리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입니다. 흑해와 동해, 그리고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바다에서 해파리는 이전보다 훨씬 쉽게 목격되고 있고 심지어는 그물 가득 고기 대신 해파리가 올라오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해 어업에 큰 피해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어업 자체도 해파리의 갑작스런 번성에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과도한 연안 바다의 오염으로 인해 해파리의 번식에 유리해진 점, 지구 온난화, 주기적인 증식, 그리고 포식자의 어류를 대량으로 남획한 점 등이 자주 원인들로 거론되곤 했습니다. 사실 한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가 결합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프랑스의 IRD (L’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eveloppement) 의 연구팀은 인간의 어류 남획이 가장 중요한 원인인 것 같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해파리를 포함한 정상적인 먹이 사실 (위) 와 대형 및 소형 어류가 사라진 먹이사슬 (아래) Jellyfish food chain. (Credit: ⓒ IRD / L. Corsini))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먹이사슬의 위에 존재하는 참치 같은 대형 어류의 개체수는 소형 어류의 개체수보다 현저하게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어업 기술이 발달하고 이와 같은 대형 어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위 포식자들이 남획되어 바다 생태계 먹이 사슬에는 큰 공백이 생겼습니다. 대신 천적이 줄어든 해파리는 생존에 더 유리해졌습니다. 물론 소형 어류 역시 개체수가 이들 보다 좀 많다 뿐이지 남획되는 경향이 있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반면 해파리는 인간이 선호하는 어종 (?) 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존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되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소형 어류가 심각하게 고갈된 해역인 나미비아의 northern Benguela 의 해양 생태계와 아직까지 소형 어류의 개체수가 보호된 southern Benguela 의 해양 생태계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소형 어류는 해파리의 유체나 알을 포식해 해파리의 개체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바다 생태계를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략 1000 km 떨어진 두 해양 생태계는 소형 어류가 남획되었는지 보존 되었는지의 차이에 따라 해파리의 개체수가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작은 물고기까지 남획당한 해역에서는 그 빈자리를 해파리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해파리가 생태계를 장악하면 역으로 성체 해파리들이 소형 어류를 포획하는 포식자가 되므로 다른 어류는 그 수가 급감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해파리의 지금 같은 번성을 한가지 이유로 설명하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은 연구는 바다 생태계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는 어획량을 조절하고 치어등의 남획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연안 어업에 있어서 이와 같은 규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제적인 공조 노력도 진행 중에 있지만 미래세대에 해파리를 주식으로 삼을 게 아니라면 더 엄격한 조절이 필요할 지 모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ean-Paul Roux, Carl D van der Lingen, Mark J Gibbons, Nadine E Moroff, Lynne J Shannon, Anthony DM Smith, Philippe M Cury. Jellyfication of Marine Ecosystems as a Likely Consequence of Overfishing Small Pelagic Fishes: Lessons from the Benguela. Bulletin of Marine Science, 2013; 89 (1): 249 DOI: 10.5343/bms.201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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