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여러차례 소개드렸듯이 블랙홀 안쪽으로 많은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는 강착 원반과 이에 수직인 제트 (jet) 가 형성됩니다. 블랙홀에서 양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제트는 초고온 초고속의 물질로 몇몇 은하의 중심 블랙홀에서는 때때로 은하 외부로 뻗어나오는 거대한 제트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제트와 강착 원반은 가시 광선 영역보다는 고온의 물질에서 나오는 X 선 및 다른 전자기파 영역에서 더 잘 관측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8238710 ) 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찬드라 X 선 망원경과 허블 우주 망원경, 그리고 지상의 전파 망원경들이 서로 협력해서 관측한 은하 4C+29.30 는 지구에서 약 8.5 억 광년 정도 떨어진 은하입니다. 이 은하 중심에는 매우 활발하게 물질을 분출하는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모든 것을 흡수하는 천체라는 블랙홀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너무 많은 물질이 블랙홀의 안쪽으로 떨어질 때 모두 다 흡수되지 못하고 상당 부분은 제트의 형태로 외부로 배출되게 됩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게 물질을 분사하는 천체가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은하 역시 중심에 태양 질량의 약 1 억 배 가량 된다고 추정되는 거대 질량 블랙홀 (SMBH Supermassive Black Hole) 은 은하의 외부로까지 보이는 거대한 제트를 양 방향으로 분사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세가지 다른 파장 - X 선, 가시 광선, 라디오파 - 에서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합성 이미지를 구성해 보면 전체적인 모습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 4C+29.30 합성 이미지. 허블 망원경이 구한 광학 이미지는 황금색이고 푸른색은 X 선, 핑크색은 라디오파 영역 관측 이미지 A giant black hole in the center of the galaxy 4C+29.30 is generating two powerful jets of particles. The image contains X-ray data from NASA's Chandra X-ray Observatory (blue), optical light obtained with the Hubble Space Telescope (gold) and radio waves from the NSF's Very Large Array (pink). (Credit: X-ray: NASA/CXC/SAO/A.Siemiginowska et al; Optical: NASA/STScI; Radio: NSF/NRAO/VLA))
위의 사진에서 허블 우주 망원경의 가시광 영역 관측 사진으로는 사실 노란색의 은하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영역의 파장에서 거대한 제트의 모습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작은 아원자 수준 입자로 갈려진 물질들이 시속 수백만 km 이상 초고속으로 분출되는 제트는 이 블랙홀에 많은 물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정도 거리에 있는 위치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블랙홀 안쪽으로 떨어진 물질들은 나선 모양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원반을 형성하게 되고 사상의 지평면으로 들어가지 못한 물질들은 제트를 따라 밖으로 배출됩니다. 물론 입자단위로 잘게 부숴져서 나오기 때문에 일단 강착 원반까지 우주선이 빨려 들어간다면 블랙홀 안쪽으로 빨려들어간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차이라면 잘게 가루가 된 입자가 사상의 지평면 안쪽으로 들어가냐 밖으로 나오느냐겠죠. 그리고 그 입자의 양이 엄청나게 많은 경우에는 이렇게 은하 밖으로 까지 제트를 분출하게 됩니다. 물론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른 예라면 M87 은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에서 이와 같은 막대한 물질의 유입은 드물게 발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8.5 억년 전 이 은하의 중심으로 막대한 물질이 쏟아져 들어가는 어떤 이벤트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별 하나가 운나쁘게 블랙홀 안쪽으로 떨어지는 정도로는 이런 제트의 분출은 생각하기 힘들고 아마도 더 거대한 질량의 물질이 안쪽으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이 거대한 우주 스케일의 장관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아무튼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속담은 맞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대의 관측을 통해 미처 보이지 않았던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요.
참고
Journal References:
- m. A. Sobolewska, Aneta Siemiginowska, G. Migliori, L. Stawarz, M. Jamrozy, D. Evans, C. C. Cheung. Nuclear X-ray properties of the peculiar radio-loud hidden AGN 4C 29.30.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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