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한국의 정치인들이 비디오 게임을 마약이나 알콜처럼 규제하기 원한다 ?



 해외 게임 전문 웹사이트인 코타쿠 (Kotaku) 에 실린 기사 제목으로 'Korean Politicians Want to Regulate Video Games Like Drugs and Alcohol' 란 제목을 직역한 것입니다. (사실 굳이 의역이 들어갈 수 없는 명료한 의미의 문장이지만 ) 코타쿠는 금주에 남한의 정치인인 신은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의하면 알콜, 온라인 게임, 도박, 마약 (drug) 은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으며 그 이유로는 그것이 중독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한국 게임 산업계의 실망스런 반응도 같이 전했는데 아직 이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기사를 본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상당수 한국인도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외국에서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이슈가 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4 명이 지난 2013 년 4월 30일 발의한 것 입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독은 중독유발 물질 및 행위(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 등)에 신체적ㆍ심리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로 우리나라 인구 약 5천만명 가운데 약 333만명이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로 추정되고 있음.
  중독은 중독으로 인한 뇌손상, 우울증 등 중독자 개인의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폭행, 강도 및 살인 등 강력범죄의 30%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하고, 중독으로 인한 근로자의 생산성 저하와 청소년의 학습기회 손실로 이어지는 등 중독자의 가족 및 사회전반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초래함.
  이에 중독을 적극적으로 예방ㆍ치료하고, 중독폐해 발생을 방지ㆍ완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음.
  중독 및 중독폐해는 다양한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중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나, 현재는 중독 및 중독폐해 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고, 부처 간 협력체계가 미비하여 통합적 대처가 미흡한 실정임.
  또한 기존의 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등 중독과 연관된 법률들은 해당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 중독 예방 및 폐해 방지에는 한계가 있음.
  따라서 중독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환경을 조성하고,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이 중독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중독과 중독폐해가 없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려는 것임." 


 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인구중 6.6% 가 중독자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15 명 중 한명이 중독자란 이야기인데 정말 그런 것이지 ? 대체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부분) 사실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청소년 보호법 (청보법),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게임 진흥법. 이름과는 달리 게임 산업 규제안을 많이 담고 있음) 을 통해 셧다운제나 선택적 셧다운제 (게임 시간 선택제) 등 여러가지 규제 법률 조항 및 제제안이 존재하고 있으나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실효성 논란이 있어왔고 솔직히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은 실무 부서인 여가부, 교과부 및 이런 법안들을 지지한 일부 보수 단체 정도입니다.


 사실 법안이 미비해서라기 보단 접근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지만 또 다시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점을 볼 때 뭐든지 국가에서 통제하고 규제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끝까지 버릴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일단 업계가 반발할 만한 내용은 이 법안의 2조의 정의에서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중독”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질 및 행위 등을 오용, 남용하여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 알코올
    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른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행위 또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른 사행행위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마. 그 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라고 명시해 게임을 마악류 및 사행산업 (즉 도박) 알코올과 비슷한 수준의 중독성 매체 (중독 물질 등) 로 정의한 점과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들이 중독에 빠지지 아니하도록 예방하고, 국민들을 중독폐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독폐해가 없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독의 예방 및 치료와 중독폐해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중독 예방 및 치료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입니다. 법안 자체에는 재원 마련을 위해 게임물에 새로운 세금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없지만 진짜로 이런 법안이 통과되면 재원 마련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중독물질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될 수 있겠죠. (아직은 그냥 가능성이고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는 없음) 그 외에도 



제13조(중독폐해 예방환경 조성) ①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중독폐해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3조제1항 각 호 물질, 매체물 및 행위(이하 “중독물질등”이라 한다)의 생산, 유통 및 판매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청소년 및 임산부 등 중독물질등에 취약한 계층이 중독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제14조(중독에 관한 광고의 제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독을 예방하고 중독폐해를 방지ㆍ완화하기 위하여 중독물질등에 대한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는 데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라는 언급이 있는데 지금도 청보법, 게임 진흥법등 복수의 법안에 관리를 받고 있는 게임물에 대해서 다시 새롭게 더 까다롭고 새로운 규제안을 강요할 경우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등의 게임 카테고리 서비스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이미 게임 진흥법과 청보법으로 인해 PSN 스토어가 철수하고 XBOX Live 는 아예 18 세 미만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 


 또 중독물질에 대한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게 하는 것 역시 - 독특하게도 담배는 중독물질이 아닌데 게임은 중독물질 -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장사 접으라는 것 같은 이야기라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임 업계의 반응은 일단 게임을 마약류와 동등한 중독 물질로 정의한 점 때문에 꽤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하지만 사실 그외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솔직히 법안 대로면 PC 방 역시 중독 물질 판매 업소이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법적 규제 - 예를 들어 판촉 및 광고의 제한 - 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래에 논란이 된 PC 방 금연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다만 워낙에 많은 법안이 발의되고 폐기 되는게 보통 의정 활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법안이 통과되거나 입법 예고 된 것도 아닌데 그렇게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산업계의 반발은 물론 일부 찬성 의견도 있기는 하겠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법안이 제안 될 수 있다는 점과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는 부분은 앞으로 한국에서 게이머로 살아간다는 것이 점점 불편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 같습니다. 법안 내용이 주로 소수인 중독자들의 예방 및 치료 쪽에 있다고 한다면야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을 듯 하지만 실제로는 컨텐츠 산업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전혀 중독과는 무관하게 하루 조금씩 즐기는 정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씁쓸하게 생각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