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56 - 행성의 잔해를 지닌 백색 왜성




 NASA 및 ESA 의 과학자들이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백색왜성 주변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황소자리에 존재하는 히아데스 성단 (Hyades star cluster) 에 존재하는 백색왜성입니다. 이 우주에 성단은 매우 흔하며 백색 왜성은 그 이상으로 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측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백색 왜성이나 성단에서 외계 행성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히아데스 성단은 지구에서 150 광년 정도 거리로 비교적 가깝기는 하지만 여러개의 별이 모여 있는 관계로 그 중 한개의 별에서 외계 행성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로 가까이 있는 별들이 다른 별의 관측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캠브리지 대학의 제이 파리히 (Jay Farihi of the University of Cambridge, UK ) 가 이끄는 연구팀은 백색 왜성을 관측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전부터 상당수 별들이 성단에서 생긴 후 사방으로 흩어진다고 믿어져 왔기 때문에 사실 젊은 성단 내에도 상당히 많은 외계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믿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직접 관측하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색 왜성에서 행성을 찾아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개의 백색 왜성이 지구 보다 약간 큰 정도에 불과할 만큼 작고 어둡기 때문에 그 주변의 외계 행성을 관측하기는 또 그것 나름대로 힘든 일이죠. 


 하지만 연구팀은 행성은 아니지만 대신 더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본래대로라면 백색 왜성 주변에는 있을 수 없는 실리콘의 존재였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Cosmic Origins Spectrograph (COS) 분석 결과는 이 백색 왜성 주변에 아마도 실리콘 등으로 구성된 암석의 고리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때 행성이 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발견한 것입니다. 



(백색 왜성 주변에 존재하는 암석의 잔해로 이루어진 고리  Artist's impression of debris around a white dwarf star. (Credit: NASA, ESA, STScI, and G. Bacon (STScI))    ) 


  백색 왜성은 항성이 타다 남은 잔해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핵융합 반응의 산물인 산소와 탄소가 주 성분을 이루게 됩니다. 이 주변에서 발견된 실리콘은 핵융합 잔해가 아니라 이 백색왜성이 아직 항성이던 시절 주변에 존재하던 소행성대의 잔해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행성을 만들 재료가 있었다면 행성을 만들 재료 역시 존재했겠죠. 


 우리 태양계가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아주 흔한 별 가운데 하나임을 생각하면 별로 이상하거나 특이할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본래 존재하던 행성 가운데 가까운 공전 궤도를 도는 것들은 항성이 적색 거성이 되는 단계에 삼켜져 버릴 테고 항성의 질량에 비해 매우 미미한 이들은 사실상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수성이나 금성의 미래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겠죠. 


 그외에 먼 공전 궤도를 도는 행성들은 중력의 변화로 인해 튕겨나가거나 궤도가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경우 서로 충돌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본래 항성이 질량의 상당부분을 잃고 남은 잔해만 백색 왜성이 되므로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행성이나 소행성들은 공전 궤도가 크게 뒤틀려 더 안쪽으로 왔다가 백색 왜성의 중력에 잡힌 후 산산 조각이 나서 고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관측된 백색 왜성 2개가 그런 경우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고리를 가진 백색 왜성이라는 점은 흥미롭긴 하지만 어쩌면 가능성은 낮아도 지구의 미래가 그 고리일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들의 연구는 백색 왜성 주변에 행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이 많다는 점을 입증해서 행성이 역시 태양계 뿐 아니라 다른 항성계에서도 흔한 현상이고 성단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여겨집니다.  


 한편 같은 팀에 속하는 워윅 대학 (University of Warwick) 의 연구팀은 백색 왜성의 대기를 분석해서 이와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만약 소행성 정도가 아니라 지구형 행성이 서로 충돌하게 되면 그 잔해에는 계란으로 치면 노른자에 해당하는 핵을 구성하는 물질 - 즉 철과 니켈 - 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이 바로 그것으로 특히  PG0843+516 라는 백색 왜성에 주변에서 본래 백색 왜성의 대기 (대부분 수소와 헬륨) 에는 존재하지 않는 철과 니켈, 황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관측 결과를 설명할 가장 좋은 설명은 본래 모항성 주위를 잘 돌고 있던 암석형 행성들이 적색 거성 및 백색 왜성 단계에서 본래 궤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운 나쁘게 서로 충돌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 잔해들이 백색 왜성 주변에 일종의 고리를 형성했고 그 물질들이 안쪽 궤도로 이동한 후 백색 왜성에 의해 삼켜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첫번째 그림이 주계열성 단계, 두번째 그림이 적색 거성 단계에서 행성들이 충돌, 세번째 그림이 그렇게 형성된 고리   맨 아래 그림은 세 그림을 모은 것 ) 




  
(Artist's impression of the three steps leading up to the destruction of the exoplanets. The second image shows the inner region of an exo-planetary system where four terrestrial planets orbit a solar-like star. The third image shows the host star is running out of hydrogen in the core, swells up, and its surface becomes cooler. It is also losing mass, which causes the planets to move further out. The perturbation of the orbits may lead to collisions that will generate large amounts of rocky debris. The bottom image depicts what the researchers are now observing. A white dwarf sits in the center of the remnant of a planetary system. Asteroid sized debris is scattered inwards by interaction with the remaining planets and is tidally disrupted as it approaches the white dwarf forming a disc of dust some of which is raining down onto the star. The researchers have found that the composition of the debris that has just fallen onto the four white dwarfs matches the composition of Earth-like rocky worlds. (Credit: All images ⓒ Mark A. Garlick / space-art.co.uk / University of Warwick))


 지금 단계에서 지구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냥 태양에 삼켜지는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먼 궤도로 멀어진 후 차가운 얼음 세계로 남게 되는지, 그것도 아니면 운나쁘게 다른 행성 (예를 들어 화성이나 금성) 과 충돌하게 될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순 없겠죠. 확실한 건 50 억년 후 그 사건이 일어날 때가 되면 아마 현재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 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 Farihi, B. T. Gansicke, D. Koester. Evidence of Rocky Planetesimals Orbiting Two Hyades Star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3
  2. B.T. Gaensicke, D. Koester, J. Farihi, J. Girven, S.G. Parsons, E. Breedt. The chemical diversity of exo-terrestrial planetary debris around white dwarfs.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accepted) 201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