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및 ESA 의 과학자들이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백색왜성 주변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황소자리에 존재하는 히아데스 성단 (Hyades star cluster) 에 존재하는 백색왜성입니다. 이 우주에 성단은 매우 흔하며 백색 왜성은 그 이상으로 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측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백색 왜성이나 성단에서 외계 행성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히아데스 성단은 지구에서 150 광년 정도 거리로 비교적 가깝기는 하지만 여러개의 별이 모여 있는 관계로 그 중 한개의 별에서 외계 행성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로 가까이 있는 별들이 다른 별의 관측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캠브리지 대학의 제이 파리히 (Jay Farihi of the University of Cambridge, UK ) 가 이끄는 연구팀은 백색 왜성을 관측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전부터 상당수 별들이 성단에서 생긴 후 사방으로 흩어진다고 믿어져 왔기 때문에 사실 젊은 성단 내에도 상당히 많은 외계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믿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직접 관측하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색 왜성에서 행성을 찾아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개의 백색 왜성이 지구 보다 약간 큰 정도에 불과할 만큼 작고 어둡기 때문에 그 주변의 외계 행성을 관측하기는 또 그것 나름대로 힘든 일이죠.
하지만 연구팀은 행성은 아니지만 대신 더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본래대로라면 백색 왜성 주변에는 있을 수 없는 실리콘의 존재였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Cosmic Origins Spectrograph (COS) 분석 결과는 이 백색 왜성 주변에 아마도 실리콘 등으로 구성된 암석의 고리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때 행성이 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발견한 것입니다.
(백색 왜성 주변에 존재하는 암석의 잔해로 이루어진 고리 Artist's impression of debris around a white dwarf star. (Credit: NASA, ESA, STScI, and G. Bacon (STScI)) )
백색 왜성은 항성이 타다 남은 잔해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핵융합 반응의 산물인 산소와 탄소가 주 성분을 이루게 됩니다. 이 주변에서 발견된 실리콘은 핵융합 잔해가 아니라 이 백색왜성이 아직 항성이던 시절 주변에 존재하던 소행성대의 잔해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행성을 만들 재료가 있었다면 행성을 만들 재료 역시 존재했겠죠.
우리 태양계가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아주 흔한 별 가운데 하나임을 생각하면 별로 이상하거나 특이할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본래 존재하던 행성 가운데 가까운 공전 궤도를 도는 것들은 항성이 적색 거성이 되는 단계에 삼켜져 버릴 테고 항성의 질량에 비해 매우 미미한 이들은 사실상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수성이나 금성의 미래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겠죠.
그외에 먼 공전 궤도를 도는 행성들은 중력의 변화로 인해 튕겨나가거나 궤도가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경우 서로 충돌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본래 항성이 질량의 상당부분을 잃고 남은 잔해만 백색 왜성이 되므로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행성이나 소행성들은 공전 궤도가 크게 뒤틀려 더 안쪽으로 왔다가 백색 왜성의 중력에 잡힌 후 산산 조각이 나서 고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관측된 백색 왜성 2개가 그런 경우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고리를 가진 백색 왜성이라는 점은 흥미롭긴 하지만 어쩌면 가능성은 낮아도 지구의 미래가 그 고리일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들의 연구는 백색 왜성 주변에 행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이 많다는 점을 입증해서 행성이 역시 태양계 뿐 아니라 다른 항성계에서도 흔한 현상이고 성단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여겨집니다.
한편 같은 팀에 속하는 워윅 대학 (University of Warwick) 의 연구팀은 백색 왜성의 대기를 분석해서 이와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만약 소행성 정도가 아니라 지구형 행성이 서로 충돌하게 되면 그 잔해에는 계란으로 치면 노른자에 해당하는 핵을 구성하는 물질 - 즉 철과 니켈 - 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이 바로 그것으로 특히 PG0843+516 라는 백색 왜성에 주변에서 본래 백색 왜성의 대기 (대부분 수소와 헬륨) 에는 존재하지 않는 철과 니켈, 황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관측 결과를 설명할 가장 좋은 설명은 본래 모항성 주위를 잘 돌고 있던 암석형 행성들이 적색 거성 및 백색 왜성 단계에서 본래 궤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운 나쁘게 서로 충돌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 잔해들이 백색 왜성 주변에 일종의 고리를 형성했고 그 물질들이 안쪽 궤도로 이동한 후 백색 왜성에 의해 삼켜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첫번째 그림이 주계열성 단계, 두번째 그림이 적색 거성 단계에서 행성들이 충돌, 세번째 그림이 그렇게 형성된 고리 맨 아래 그림은 세 그림을 모은 것 )
(Artist's impression of the three steps leading up to the destruction of the exoplanets. The second image shows the inner region of an exo-planetary system where four terrestrial planets orbit a solar-like star. The third image shows the host star is running out of hydrogen in the core, swells up, and its surface becomes cooler. It is also losing mass, which causes the planets to move further out. The perturbation of the orbits may lead to collisions that will generate large amounts of rocky debris. The bottom image depicts what the researchers are now observing. A white dwarf sits in the center of the remnant of a planetary system. Asteroid sized debris is scattered inwards by interaction with the remaining planets and is tidally disrupted as it approaches the white dwarf forming a disc of dust some of which is raining down onto the star. The researchers have found that the composition of the debris that has just fallen onto the four white dwarfs matches the composition of Earth-like rocky worlds. (Credit: All images ⓒ Mark A. Garlick / space-art.co.uk / University of Warwick))
지금 단계에서 지구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냥 태양에 삼켜지는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먼 궤도로 멀어진 후 차가운 얼음 세계로 남게 되는지, 그것도 아니면 운나쁘게 다른 행성 (예를 들어 화성이나 금성) 과 충돌하게 될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순 없겠죠. 확실한 건 50 억년 후 그 사건이 일어날 때가 되면 아마 현재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 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 Farihi, B. T. Gansicke, D. Koester. Evidence of Rocky Planetesimals Orbiting Two Hyades Star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3
- B.T. Gaensicke, D. Koester, J. Farihi, J. Girven, S.G. Parsons, E. Breedt. The chemical diversity of exo-terrestrial planetary debris around white dwarfs.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accepted) 2012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