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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최악의 전력난 예고, 그리고 잡담




 아마 뉴스를 보셔서 다들 아실 것으로 믿지만 6기에 달하는 원자로의 부품의 시험성적표 위조 사건으로 인해 나라가 떠들석 한 것은 물론 장기간 원전이 가동될 수 없게 되어 올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자력 안전 위원회 (원안위 http://www.nssc.go.kr/nssc/index.jsp ) 에 의하면 발단은 원자력 안전 신문고에 누군가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 호기 안전 케이블이 위조되었다는 제보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2013 년 4월 26일) 이후 제보 내용을 일부 확인 한 후 (5/16 일) 조사 범위를 넓혀서 신고리 1,2 호기 및 신월성 1,2 호기를 검사한 결과 이 4 개의 원자로의 들어간 안전 케이블의 시험 그래프 및 시험 성적까지 위조된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원안위의 보도 자료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에 의하면 국내 시험 기관이 제어 케이블 시험의 일부를 해외 기관에 의뢰했는데 여기서 불합격 판정이 나오자 시험 그래프 및 성적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합격으로 위장 신고리 1,2,3,4 호기 및 신월성 1,2 호기에 납품했다는 것입니다. 


 국내 시험기관이 해외 시험 기관에 의뢰한 시험내용은 LOCA (Loss of Coolant Accident  냉각제 손실 사고) 시험으로 냉각제가 손실된 원자로의 고온 고압 상태에서 제어 케이블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테스트 였다고 합니다. 본래는 12 개의 테스트 가운데 3 개만 통과해서 모든 테스트에서 통과해야 하는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데 합격한 2 개와 불합격 1 개를 가지고 1 개는 시험과정상의 문제로 위조해서 모두 합격한 것으로 통과시킨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입니다. 


 제어 케이블은 원전사고 발생시 원자로의 냉각과 원자로 건물의 압력저감 및 방사선 비상시 외부로의 격리 기능을 담당하는 안전설비에 동작신호를 전달하는 케이블로 비상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핵연료 냉각 및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 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원안위는 밝혔습니다. ( 이 제어케이블이 설치되는 주요 계통은 원자로냉각재계통, 안전주입계통, 정지냉각계통, 화학 및 체적제어계통, 1차기기 냉각수계통, 격납건물계통 이라고 함)


 이로 인해 현재 위조품 케이블이 설치된 신고리 2 호기 및 신월성 1 호기는 '원자력 안전법 27 조' 에 따라 원자로를 정지하도록 조치 각각 100 만 kW / 총 200 만 kW 의 전력 공급 능력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신고리 1호기는 현재 계획예방정비 (4월 8일 이후) 중이므로 정비기간을 연장하여 교체 / 신고리 2호기(5.31 - 7.25), 신월성 1호기(6.12 - 8.6)는 계획된 정비기간 일정을 앞당겨 원자로를 정지하고 교체 추진 /신월성 2호기는 현재 운영허가 심사 중으로, 운영허가 전까지 제어케이블을 모두 교체 하도록 조치하고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 호기는 추가로 조사를 진행한 후 조치하겠다고 원안위는 발표했습니다.


 아마 이 이야기는 보도 자료로 이미 올라온 내용이라 관심 있으셨던 분이라면 이미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로 인해 운전이 정지된 원전은 전체 23 기 가운데 무려 10기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가동 중단된 원전은  

 - 울진 4 호기 (100 만 kW 급/한울) : 증기 발생기 튜브 손상으로 2011 년 9월 9일 부터
 - 영광 3 호기 (100 만 kW 급/한빛) : 원자로 헤드 안내관 균열로 2012 년 10월 18일 부터 
 - 월성 1 호기 (67.9 만 kW 급) : 설계 수명 만료 
 - 월성 2 호기 (70 만 kW 급 ) : 정기 점검 (4.23 - 6.26 일 사이) 
 - 고리 1 호기 (58.7 만 kW 급) : 정기 점검 (4.12 - 8.24 일 사이) 
 - 고리 2 호기 (65 만 kW 급 ) : 정기 점검 (5.11 - 7.15 일 사이) 
 - 울진 5 호기 (100 만 kW 급) : 정기 점검 (5.3 - 6.7 일 사이) 
 - 신고리 1 호기 (100 만 kW 급) : 정기 점검 중 불량 부품 사용으로 인해 한동안 재가동 불능 
 - 신고리 2 호기 (100 만 kW 급) : 불량 부품 사용으로 정기 점검을 앞당겨 정지 
 - 신월성 1 호기 (100 만 kW 급) : 불량 부품 사용으로 정기 점검을 앞당겨 정지 

 에 달해 당초 예상에 비해 200 만 kW 의 예비 전력이 한동안 추가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전 전체로 본다면 2071 만  6000 kW 발전 설비 가운데 626 만 6000 kW 설비가 멈춘 상태입니다. 이 중 점검을 마친 울진 (한울) 5 호기가 6월 7일 이후로 작동을 한다고 해도 70 만 kW 급 월성 3 호기의 정비가 다음 달 8일 부터 예정되어 있어 전력 부족 문제는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번 여름은 길고 무더워서 냉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서 벌써 부터 긴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예상 최대 전력 수요는 7900 만 kW 인데 실제 공급 가능한 것은 7700 만 kW 이라 블랙 아웃의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휴가 분산이나 조업 조정, 에너지 과소비 단속, 민간의 자가 발전기 가동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보도 내용이고 잡담에 해당하는 부분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에어컨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지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벌써부터 엄청나게 더운 상황이라 여름날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선풍기의 힘을 빌고 전기를 많이 먹고 열을 많이 내는 기기 - 예를 들어 PC - 사용을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겠죠. 


 개인은 참는다 쳐도 경제적 / 국가적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 전력 공사가 시장 분석 모의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원전이 멈춘 만큼 전력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한전과 한수원의 손실은 6 개월 가동 정지시 2조 4497 억원, 4 개월 가동 정지시 1조 4432 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전기료 인상으로 적자폭을 보전해 주었는데 이런 식으로 손실을 입게 되면 비싼 전기료를 부담해준 국민들이 허탈할 뿐입니다.  


 여기에 국민적 불만과 기업의 조업 단축,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신 확대 등 까지 포함하면 정말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셈입니다. 제어 케이블의 가격이 얼마나 하는 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제어 케이블의 가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안전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할 원전 부품을 가지고 이런 짓을 한데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 규명과 처벌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수원 (한국 수력 원자력) 은 부품 시험 기관과 케이블 제조 업체 대표 등 3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간단히 넘어갈 순 없을 것입니다. 이들이 납품하거나 혹은 시험 검증한 다른 제품에 하자가 없는지 그리고 다른 업체나 검사 기관은 문제 없는지 확실한 검증 없이는 국민적인 불신을 씻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여론이 잠잠해지면 흐지부지 넘어가는게 사실 전력 대란 이상으로 걱정되는 전개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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