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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영웅 혹은 폭군들 - 스탈린 16


41. 결론 - 스탈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스탈린의 죽음까지 이야기 했기 때문에, 이 글의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것은 스탈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사실 스탈린에 대해서는 소련(러시아)를 세계적 강대국으로 만들고 소련의 절제절명의 위기인 독소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전대 미문의 인간 백정이자 독재자라는 두가지 평가가 존재한다. 그리고 사실 이 평가는 모두 맞는 말이다.







 물론 양비론이 다 맞기는 하지만 평가를 한다면 어느쪽이 더 컸는지를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그냥 선악이 섞인 인간이었다 하고 끝내면 구태여 이렇게 결론을 내기 위해 길게 올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이 좋은 면이 있고, 악한 면이 있다.


어떤 인물이 과오가 있더라도 그 과오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 업적이 더 크다면 일반적은 평가는 이해할 수 있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일 것이다. 반대로 그가 과오가 매우 크고, 업적은 별로 없다면 악인이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여기까지는 쉽다.


 그러나 어떤 인물이 과오도 엄청나고, 업적도 매우 크다면 어떻게 평가할까 ? 스탈린을 평가할 때 생기는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스탈린이 죽고 난 후 흐루시초프 시대에 이르러 그에 대한 격하 운동이 일어났다. 비록 소련의 정치 체제상 제한적인 비판만이 허용됬을 뿐이지만 그 비난은 격렬했다. 그런데 그 이후 스탈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을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스탈린이 소련을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또 독소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1956년 헝가리에서 일어난 반소 봉기에서 무너진 스탈린 동상)


 흐루시초프가 짧은 임기를 끝내고 브레즈네프 시대가 도래했을 때, 그는 전임자 처럼 스탈린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사실 전임자인 흐루시초프도 제한적인 비판만을 했을 뿐이다. 스탈린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은 자칫 잘못하면 소비에트 체제와 공산당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고, 또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한다면 결국 종국에는 과거 정권뿐 아니라 현재 정권도 비판의 대상이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니키타 흐루시초프 - 본래는 스탈린의 충복이었지만 자신이 집권하자 스탈린을 비판했다)


 이후 고르바초프의 시대가 되었을때는 스탈린에 대해서 비판의 정도가 보다 강해졌다. 개혁과 개방 정책을 펼지는 고르바초프에게 있어 과거 스탈린의 과오는 바로 잡아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실각한 이후 들어선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이르르면 공산당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스탈린은 물론 졸지에 그 스승이 된 레닌 또한 격하되었다. 옐친 시대에 레닌은 자신의 유해가 디즈니랜드에 팔리는 대신 매장됬다는 것만 가지고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그후 대부분의 스탈린 동상이 철거되고, 매년 러시아에서 의사 '체인스톡스'에 대해서 건배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스탈린이 죽기 직전 보인 체인스톡스 호흡 증상을 기념하는 것), 사실 모든 러시아인이 스탈린을 경멸한 건 아니었다. 비록 많은 러시아 인들이 그를 싫어했고, 특히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갈았지만 일부에선 아직도 그를 사랑했다.




 옐친의 시대에 특권을 잃어버린 구공산당 출신들과, 그리고 경제난 속에서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인 세대들은 스탈린을 추억했다. 러시아 인들 중에서 옐친 시대의 혼란상에 염증을 느낀 이들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소련과 위대한 스탈린 동무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탈린의 잔인성과 폭력에 대한 비판이 가해질 때마다 소련을 산업화 시킨 5개년 계획과 독소전을 승리로 이끈 스탈린을 상기 시켰다.


 2000년 러시아에서 행해진 '20세기에서 가장 찬사를 보낼 시기' 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브레즈네프 시대를 뽑았다. 이것은 소비에트의 지도자 중 가장 독재자 보다는 리더의 역활을 했던 브레즈네프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응답자들은 그 다음으로 흐루시초프 시대를 30 %, 혁명 시대를 28%, 니콜라이 2세 시대를 18% 지지했다.


여기서 스탈린은 26% 지지라는 생각보다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비록 스탈린 독재에 대한 반대 의견이 46%로 많긴 해도 이 정도면 양호한 결과라고 볼수 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다른 지도자의 시절도 별반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20세기 러시아사는 인민들의 피와 눈물의 역사인 것이다.


 오늘날 스탈린에 대한 서방 세계의 평가는 바로 희대의 독재자이자 '인간 백정' 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만 그를 좋게 보는 의견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에선 이보다 더 복잡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를 좋지 않게 평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도 또 스탈린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많은 않다. 최근 시행한 한 여론 조사에서는 러시아 역사상 위대한 인물 3번째에 스탈린이 뽑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스탈린의 동상이나 기념물을 러시아 내에서 보기는 어렵다. 그를 싫어하는 인물들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보존된 스탈린 동상 - 그루지야에 있는 것으로 지금은 희귀한 동상이다)


 오로지 세계에서 한 국가 - 그의 고국인 그루지야 - 만이 스탈린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관대한 평가를 내렸다. 아직도 그의 고향인 고리에 가면 그의 생가 및 동상들이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그루지야 인들이 그에 대해서 관대한 것은 아니다. 권력을 잡고 난 후 스탈린은 마치 자신이 러시아인인 것 처럼 행동했고, 그의 고국인 그루지야에 대해서 일관된 잔인성을 유지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그가 다른 민족 출신이라는 주장까지 있었다)


 오늘날 러시아에서 그는 폭군이거나 혹은 영웅이다. 각각의 정치적 생각과 관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갈라지는 것 같다. 여기에는 그를 매우 싫어하던 옐친이 물러나고 구러시아와 소련의 정통성 회복을 강조하는 푸틴이 집권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비록 푸틴이 스탈린을 직접적으로 옹호하진 않지만 전임자와는 달리 공식적인 격하운동은 중단한 상태이다. 또 푸틴은 자신이 NKVD의 후신인 KGB 출신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스탈린은 러시아 역사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글에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미 이전의 허접한 글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필자는 스탈린이 영웅 보다는 폭군이라고 생각한다.


 스탈린의 중요한 업적 -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이나 독소전의 승리 - 는 사실 스탈린만의 공적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업적을 이루는 데 중요했던 것은 바로 이름없는 인민들의 생명과 희생이었다. 수천만명 - 연구자에 따라 1400만명에서 2100만명등 다양한 수치가 나온다 - 의 인민이 희생된 결과 스탈린의 업적이라고 알려진 것이 가능했다면 이것을 어떻게 '스탈린의 업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 이것이 업적이라면 결코 스탈린 혼자 만의 것이 될 수 는 없다.


 필자가 비록 모자란 지식이지만 감히 말하건대 소련의 산업화는 인민들의 피와 땀과 목숨을 교환해서 이루어 진 것이며, 독소전에서의 승리도 영웅적으로 침략자와 맞서 싸운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이 가장 큰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필자는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다음의 질문으로써 대신 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스탈린 같은 인물이 우리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과거 그가 했던 방식으로 통치한다면 당신은 찬성하겠는가?"


 필자는 여기에 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대부분이 여기에 찬성할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 비록 문제도 많지만 현재의 우리의 사회가 스탈린 독재 정권보다는 더 인간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42. 후기


 우선 이런 허접한 연재 포스트를 끝까지 봐 주신 분들이 있다면 감사 드립니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연재 포스트가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왠지 섭섭한 느낌도 있고, 부끄러운 생각도 있습니다. 일단 글쓴이의 역사적 지식이 좀 모자라니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거든 댓글로 짧게 지적해 주시면 제가 확인해 보고 정정하겠습니다.


 또 제 역사적 판단이나 생각이 꼭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은 하나라도 평가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게 제 평소 생각입니다. 다만 스탈린에 대해서 간단히 참조하 실 분들이 보기 편하라고 제 나름대로 정리하고 평가해 본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데 주로 참조한 책은 "스탈린 - 강철 권력" 입니다. 스탈린에 대한 가장 공정한 전기라고 불러도 좋을 이 책은 훌륭한 책이기는 한데 너무 두꺼워서 시간 없으신 분들은 읽기 곤란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이 책을 읽으셨다면 아마 이 연재 포스트는 굳이 볼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소전에 있었서는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독소 전쟁사"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을 모두 참조했습니다. 이중에서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이 가장 읽기 간편한 책이고 "독소 전쟁사"는 다소 군사 전문가적 책입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은 참조하세요.


 또 모든 사진과 내용을 참조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사이트는 바로 위키였습니다. 위키 영문판과 구글 검색을 통해 내용을 전반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위키가 정말 효용성이 괜찮은 사이트더군요. 사진 검색에 있어서는 구글이 역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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