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영화나 만화 하면 빠질 수 없는 조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늘을 나는 익룡 (Pterosaurs) 들입니다. 주로는 배경 역할을 하지만 종종 주요 캐릭터를 납치하는 역할도 같이 하거나 길들여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 대신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역할 때문인지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익룡의 크기는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 거대합니다. 아마도 이런 익룡의 이미지는 영화 아바타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모든 익룡이 이렇게 거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날개폭이 25 cm 에 불과한 작은 익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태워도 될 만큼 (태워줄지는 의문이지만) 거대한 익룡도 존재했습니다. 케찰코아틀루스 Quetzalcoatlus 속에 속하는 익룡 중 Quetzalcoatlus northropi 는 발견 당시서 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대형 익룡이었습니다.
케찰코아틀루스는 날개 너비가 10 - 11 미터급에 달하는 대형 익룡으로 (발굴 초기에는 16 미터급으로 생각되기도 했음) 최근의 복원에 따르면 몸무게는 200 - 250 kg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사람을 태우고 날아다니거나 혹은 사람을 낚아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먹이를 잡는 케찰코아틀루스. 해부학적 구조상 이들은 네발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 주된 먹이는 지상의 작은 척추 동물이었다는 가설이 있다. Artist's impression of a group of Quetzalcoatlus feeding on the ground. Mark Witton and Darren Naish - Witton MP, Naish D (2008) A Reappraisal of Azhdarchid Pterosaur Functional Morphology and Paleoecology. PLoS ONE 3(5): e2271. doi:10.1371/journal.pone.0002271)
그런데 사실 고생물학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도대체 이 거대한 동물이 어떻게 하늘로 날아올랐는지입니다. 분명 이 짐승은 해부학적 구조상 날기 위해서 진화된 것이 분명합니다. 날지도 못하는데 이런 거대한 날개를 그냥 가지고 있다는 것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살아남는 환경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알바트로스 중에는 3 미터가 넘는 날개 너비와 11 kg 에 달하는 체중으로 이륙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들도 이륙할 때는 애를 먹는데 케찰코아틀루스는 과연 어떻게 이륙했던 것일까요. 이는 이 멸종된 동물을 둘러싼 가장 큰 미스테리로 이를 두고 고생물학자들은 오랬동안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일단 케찰코아틀루스 같은 익룡은 조류와 달리 손가락 하나가 극단적으로 길어져 날개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3 개의 손가락으로 땅을 지지하며 사족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져 왔습니다. 사실 이 부분도 갑론 을박을 벌였던 이슈 가운데 하나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익룡의 발자국은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잘 걸을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과거 케찰코아틀루스는 바람이 강한 해안가의 절벽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으나 ( http://jjy0501.blogspot.kr/2012/11/blog-post_8.html 참조) 실제로 이들이 서식한 지역은 그런 지역이 아니었고 먹이도 물고기가 주식이 아니라 땅위에 사는 작은 척추동물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와 같은 가설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안적으로 주목 받는 가설은 이들이 네 다리를 움직여 지상에서 속도를 낸 후 날아올랐다는 것입니다.
(거대 익룡 케찰코아틀루스와 기린, 사람의 크기 비교. 키가 기린만 했다. Pterosaur vs giraffe is illustrated. Credit: Mark Witton )
최근 브리스톨 대학의 콜린 팔머 (Colin Palmer) 와 남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크 하빕 (Mike Habib: anatomist and paleontologist at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이 거대 날짐승이 땅위에서 네발로 질주한 후 도약할 수 있는 크기의 한계를 검증했습니다.
이들은 날개 너비 6 미터에서 시작해 9 미터, 12 미터를 모델링을 했는데 지상에서 낼 수 있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최대 이륙 가능한 크기는 12 미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날개 너비가 12 미터에 도달하자 컴퓨터 모델링 속의 익룡은 거의 이륙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들 통해서 익룡이 날아오를 수 있는 최대 크기는 12 미터 안쪽이었으며 실제로 발견되는 최대 크기 개체가 10 - 11 미터 인 것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보다 더 큰 익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익룡들은 물리적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한계 만큼 크기가 커졌던 것입니다.
이들의 이론이 맞다면 앞으로 이보다 더 큰 날짐승은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과연 이들이 옳을까요. 어쩌면 더 거대한 날짐승의 화석이 나와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동물이 있었음이 증명될까요. 아마도 후자쪽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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