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론의 눈이라고 불리는 천체는 사실 꽤 많습니다. 대부분은 육안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다양한 파장대에서 처리를 하고 나면 마치 샤우론의 눈같은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은하 중심 초거대 블랙홀인 은하 NGC 4151 의 중심 블랙홀도 있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샤우론의 눈은 타도해야할 악의 화신이지만 천문학자들은 샤우론의 눈이라는 별명의 이 블랙홀을 더 유용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The Galaxy NGC 4151 is called the, "Eye of Sauron" due to its similarity to the eye in the film Lord of the Rings. The image shows the supermassive black hole, which is still active, that is to say that it engulfs gas and dust clouds from its surroundings. In this process, it emits ultraviolet radiation, which heats the ring-shaped dust cloud that orbits around the black hole at a distance and this causes the dust cloud to emit infrared radiation. Credit: NASA )
천문학자들에게 있어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우주 공간에서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우주에서 거리 측정은 가까이 있는 일부 천체만 삼각 측량법으로 직접 측정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닐 보어 연구소(Niels Bohr Institute) 의 연구자들이 거대 질량 블랙홀을 이용해서 상당히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을 Nature에 발표했습니다.
이 기술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거대 질량 블랙홀로 가스가 빨려들어갑니다. 이 가스는 곧 엄청난 중력을 받으면서 블랙홀 주변을 고속으로 회전하다가 결국 사상의 지평면으로 사라져서 영원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전에 이 가스는 마찰에 의해 고온으로 가열되어 에너지를 내놓게 됩니다. 이 현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여기서 나오는 자외선 영역의 에너지였습니다. 이 에너지는 빛의 속도로 이동해서 블랙홀 주변을 더 멀리서 공전하고 있는 먼지 디스크를 가열합니다. 그러면 이 먼지 고리에서도 에너지가 나오게 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더 낮은 온도이기 때문에 자외선 대신 적외선 영역에서 에너지가 나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과정은 30 일 정도 간격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빛의 속도를 알고 있으므로 역으로 블랙홀 가까이의 가스 디스크에서 먼지 디스크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지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뜨거운 가스 고리와 먼지 고리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면 이로 인한 시간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측정 원리 설명. 뜨거운 가스 고리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더 멀리 있는 먼지 고리를 가열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서 거리를 측정 When the gas falls in towards the black hole, it is heated up and emits ultraviolet radiation. The ultraviolet radiation heats the ring-shaped dust cloud, which orbits around the black hole at a distance and this causes the dust cloud to emit infrared radiation. Using telescopes on Earth, we can now measure the time difference between the light from the black hole and the light from the dust cloud. The time difference is 30 days. Credit: Marie Dyekjær Eriksen )
이 놀라운 발견으로 인해서 연구자들은 지구에서 65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4151의 먼지 디스크의 크기를 10% 이내 오차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은하 자체의 정확한 거리는 물론 다른 주변 은하들의 거리 역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향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면 과학자들은 매우 멀리 떨어진 은하까지의 거리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의 존재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유용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지는 것입니다. 소설과 영화에서와는 달리 우주의 샤우론의 눈은 우리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셈입니다.
출처
Journal Reference:
- Sebastian F. Honig, Darach Watson, Makoto Kishimoto, Jens Hjorth. A dust-parallax distance of 19 megaparsecs to the supermassive black hole in NGC 4151. Nature, 2014; 515 (7528): 528 DOI: 10.1038/nature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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