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은 태양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는 차가운 가스 행성입니다. 태양에서 평균 19 AU, 즉 28.7 억 km 떨어진 위치에 있는데다 대기 (단단한 표면이 없는 가스 행성이기 때문에 상부 가스를 기준으로 온도를 설명) 온도는 최저 49K (−224.2 °C) 라는 극한의 환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기상활동도 거의 없을 것 같지만 과학자들은 1986년 보이저 2 호가 천왕성의 근접 촬영 이미지를 보내온 이후 이 행성이 꽤 다양한 기상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보이저 2 호 이후 천왕성을 방문한 탐사선이 없기 때문에 이후 천왕성에 근접해서 이를 관측 할수는 없지만 대신 허블 우주 망원경과 켁 망원경 같은 고성능 망원경의 힘으로 천왕성의 기상 활동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 망원경들은 천왕성의 표면에서 강력한 폭풍의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천왕성의 적도를 따라 무려 9000 km 에 걸쳐서 강력한 폭풍의 띠가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천왕성은 지구의 4 배 정도 크기입니다. 따라서 폭풍의 크기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se are infrared images of Uranus (1.6 and 2.2 microns) obtained on Aug. 6, 2014, with adaptive optics on the 10-meter Keck telescope. The white spot is an extremely large storm that was brighter than any feature ever recorded on the planet in the 2.2 micron band. The cloud rotating into view at the lower-right limb grew into the large storm that was seen by amateur astronomers at visible wavelengths. Credit: Imke de Pater (UC Berkeley) & Keck Observatory images.)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거대 가스 행성들은 여러 층으로 대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밀도가 높은 고체 및 액체 상태의 물질들은 대부분 행성 내부 깊숙이에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기체 상태의 물질들은 다양한 층의 대기와 구름을 형성하는데 여기서 강력한 폭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규모는 지구의 폭풍을 왜소하게 보일 만큼 거대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수백년간 지속되는 거대 폭풍인 목성의 대적점일 것입니다. 토성에도 불가사의한 거대 폭풍이 존재합니다.
목성이나 토성에 비해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문학자 임케 드 파터 (Imke de Pater, professor and chair of astronomy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에 의하면 사실 천왕성의 대기는 매우 활동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4 년이 되자 강력한 폭풍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드 파터의 동료 천문학자 헤이디 하멜 (Heidi Hammel of the Association of Universities for Research in Astronomy) 에 의하면 이와 같은 일은 2007년에 예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2014 년에는 천왕성이 42 년 주기의 분점 (equinox, 춘분점이나 추분점 처럼 황도와 적도가 만나는 지점, 천왕성의 공전 주기는 84 년임.) 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천왕성의 독특한 자전축을 설명해야 합니다. 천왕성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누워서 자전을 하고 있습니다. 즉 보통은 행성의 자전축과 공전축은 거의 수직에 가까워야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 자전축이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지구는 23.5 도 정도 기울어 있어서 4 계절이 생기는 이유가 되죠. 그런데 천왕성은 아예 거의 직각으로 누워있습니다. 따라서 분점에 이르면 이 때 적도 부근에 가장 많은 태양 에너지가 집중됩니다. 그러면 적도에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상세하게 관측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1.6 및 2.2 미크론 파장 영역에서 (즉 적외선) 천왕성을 관측했습니다. 이 영역에서 관측하면 대류권 계면 (tropopause,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면) 의 구름을 자세하게 관측이 가능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폭풍은 실제로는 파란색으로 보일 것입니다. 다만 적외선 파장에서 관측을 하다보니 색상은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이 관측은 8월에 이뤄졌느데 폭풍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이를 9월과 10월에 걸쳐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관측에 성공해서 다시 화제입니다.
(실제 가시광 영역에서 관측한 폭풍 These are optical images of Uranus on Sept. 19 and Oct. 2, showing the dramatic appearance of a bright storm on a planet that normally displays only a diffuse bright polar region. Credit: Photo by Anthony Wesley, Murrumbateman, Australia.)
물론 406 mm 면 아마추어 천체 망원경에서는 대구경에 속하긴 하지만 이렇게 관측이 가능하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천왕성의 폭풍을 관측한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은 이번이 최초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Marc Delcroix 및 그의 동료들이 그 주인공인데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매우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천왕성의 기상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관측이 이어지겠지만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차가운 행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별로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해서 아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천왕성과 해왕성 모두 흥미로운 측면을 가진 행성들입니다. 앞으로 여기에도 다시 탐사선이 가서 상세한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줄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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