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유를 너무 많이 먹어도 골절이 잘생긴다 ?



 우유는 완전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산업화 이전에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기 힘들었던 시기에 많은 지역에서 심각한 영양실조를 막고 균형있는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식품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비타민 D 가 특히 그런 영양소였는데 이것이 모자란 경우 구루병 (Rickets) 이라는 뼈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 생깁니다. 보통 우유에는 비타민 D 는 물론 칼슘까지 포함되어 (최근에는 이 두가지를 강화한 우유들이 많음) 있어서 햇빛을 충분히 쬐기 어렵고 다른 칼슘 공급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귀중한 영양소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듯이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성체가  되도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락타아제 지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와 같은 인류의 능력이 가축을 가진 집단에서 우유를 소화시키는 것이 생존에 이득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적자 생존의 법칙을 생각하면 당연히 우유를 소화시키는 능력이 생존에 득이 되는 집단에서는 이런 능력을 지닌 개체가 번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http://jjy0501.blogspot.kr/2014/01/The-Origin-of-Lactase-persistence.html 및  http://jjy0501.blogspot.kr/2014/03/convergent-evolution-of-milk-digestion.html 참조) 


 따라서 우유가 좋은 식품임에는 분명하겠지만 과연 어디까지 섭취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꽤 있어왔습니다. 2010 년 미국 식품 가이드라인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10) 은 9 세 이상에서 무지방 혹은 저지방 우유 3 컵 정도를 권장 기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대략 한컵이 200 g, 작은 우유팩 한개 정도) 여기에는 우유를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및 2형 당뇨, 그리고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에 저지방유를 권장) 




(우유 한컵.   public domain image) 


 단 우유 섭취량이 많은 경우 과연 해로울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 기름을 부을 만한 연구가 최근 British Medical Journal (BMJ) 에 발표되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인데 61433 명의 여성 (39 세에서 74 세까지) 과 45339 명의 남성 (45 세에서 79 세) 를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 중점을 둔 것은 우유 섭취와 골절의 관계로 특히 고령층에서 골절이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진행된 연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유를 많이 마시면 칼슘과 비타민 D 를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으므로 골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에서 하루 한잔 이상의 우유 섭취가 골절을 예방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사망률 증가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 잔 이상 우유를 섭취하는 여성은 1 잔 이하로 마시는 여성 대비 사망 위험도가 1.93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유 과다 섭취와 골절 사망률의 증가는 여성에서는 분명했지만 남성에서는 증가 정도가 다소 미미했습니다. 


 아무튼 이 연구 결과는 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이전 연구들이 결과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연구에서 우유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특정한 암 (예를 들어 전립선 암) 이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으나 아직 여기에 대해서 확실한 결론이 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심혈관 질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기에는 인종적 차이 뿐 아니라 지역이나 문화권에 따라서 우유와 우유를 이용한 유제품의 섭취 패턴이 다르고 지역별로 식생활 습관과 환경이 다른 것이 한가지 요인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연구는 과량으로 우유를 섭취할 경우 좋지 않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셈인데 다른 과거의 코호트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한다면 아직 어떤 한가지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상태입니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한편 이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할 메카니즘으로 우유에 포함된 갈락토스 (galactose) 같은성분을 지목했느데 동물실험에서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의 생물학적 표지자 (oxidative stress and inflammatory biomarkers) 의 증가가 관측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얻어져 주목됩니다. 


 더 주목할 만한 일은 요거트 같은 발효 유제품의 경우 골절이나 사망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발효된 제품에는 젖당 (lactose, 글루코스 1 몰과 갈락토스 1 몰로 구성된 이당류로 이름처럼 포유류의 젖에 다량 분포) 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도 더 연구는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튼 이 연구 하나로 실제로 하루 3 잔 정도 우유 섭취가 해롭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각 코호트 연구들과 메타 분석들이 일치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K. Michaelsson, A. Wolk, S. Langenskiold, S. Basu, E. Warensjo Lemming, H. Melhus, L. Byberg. Milk intake and risk of mortality and fractures in women and men: cohort studiesBMJ, 2014; 349 (oct27 1): g6015 DOI:10.1136/bmj.g6015
  2. C. M. Schooling. Milk and mortalityBMJ, 2014; 349 (oct27 1): g6205 DOI:10.1136/bmj.g620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