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작된 사상 최대 규모의 에볼라 유행은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8개국 15,935 명을 감염시켰으며 이 중 5,689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 보다 사망률이 낮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점에는 역시 변화가 없으며 현재까지 특효약이나 백신이 없다는 점 역시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집중적인 연구 인력과 자금이 긴급 투입된 덕분에 이제 첫 번째 에볼라 백신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소식입니다.
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온라인판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첫 에볼라 백신이 phase 1 (1상) 임상 실험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1상 임상 실험이란 동물 실험 등을 통해서 데이터가 얻어진 신약이나 백신을 건강한 성인에서 실험적으로 투여해 안전성 및 약동학 등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이 백신의 개발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과 미국 국립 알러지 및 감염 질환 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의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생백신은 replication-defective recombinant chimpanzee adenovirus type 3–vectored ebolavirus vaccine (cAd3-EBO) 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 뜻을 정리하면 침팬치의 아데노 바이러스를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항원성을 가지게 만든 백신입니다.
즉 에볼라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인 수단 및 자이르 형의 당단백 (glycoprotein) 을 인체에 무해한 침팬치 아데노 바이러스에 씌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에볼라 바이러스를 인체에 투입하면 인체에는 무해한데 에볼라 바이러스의 당단백에 대한 면역을 가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원리입니다.
이번 백신 개발팀은 이 cAd3-EBO 백신 (즉 바이러스 입자) 를 두가지 용량으로 나눴습니다. 바이러스 입자 수를 기준으로 200억개 (2X10^10) 와 2000억개 (2X10^11) 의 두 개 그룹으로 나눠서 안전성을 확인하고, 면역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최소 바이러스 입자수를 알아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를 20 명의 건강한 자원자에 나눠 투입했습니다.
(이번 백신 테스트에서 실험용 백신을 접종 받은 39 세 지원자 A 39-year-old woman, the first participant enrolled in VRC 207, receives a dose of the investigational NIAID/GSK Ebola vaccine at the NIH Clinical Center in Bethesda, Md. on September 2. Credit: NIAID )
일단 이 실험용 백신은 20 명의 자원자에서 어떤 부작용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에볼라 출혈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10 명씩 두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된 임상 실험에서 자원자들은 서로 다른 용량의 백신을 투여받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는데 있어 CD8 T cells 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이었습니다.
결과는 CD4 를 기준으로 고용량군 (2000억개군)이 10명중 10명이 반응을 나타낸 반면 저용량군(200억개군)은 10명중 3명 밖에 반응이 없었으며, CD8 기준으로는 고용량군이 10명중 7명이 반응을 나타내고 저용량군은 10명 중 2 명 밖에 반응이 없었습니다. 일단 이 결과는 이 백신이 소규모 실험에서는 인체에 안전하며 용량은 적어도 2000억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실제 이 백신이 인체에 투여했을 때 에볼라에 대한 면역을 어느 정도 가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 실험이 필요합니다. 다음 실험은 당연히 2 상 임상 실험이 될 텐데 이는 위약군 대비 이 백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즉 가짜 약보다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 cAd3-EBO 백신은 첫 단계를 무사히 통과했기 때문에 곧 다음 단계로 진행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효능이 확인되어 백신 접종이 의미있게 이뤄지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2015년 이후가 될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확산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한편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최대한 서둘러야 하겠죠. 빠른 시일 내로 서아프라카 에볼라 유행이 가라앉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사실상 에볼라가 퇴치되기를 희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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