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특히 붉은 고기 (소고기 및 돼지 고기) 를 많이 먹으면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육류 섭취가 많은 서구 국가에서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으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야채, 과일, 채소, 어류, 곡물, 섬유질 등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식단을 섭취하면 영양 불균형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음식을 많이 섭취하므로써 생기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죠.
왜 과도한 육류 섭취가 동맥 경화증을 심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육류에 다량 섭취되어 있는 지방, 그리고 높은 칼로리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육류에 포함된 특절 물질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물질은 L-카르니틴 (L-carnitine) 입니다.
L-카르니틴 자체는 사실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간과 신장에서 생합성 될 수도 있고 음식물에서 섭취를 할 수도 있는데 에너지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결핍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또 이전부터 심근 경색 같은 허혈성 심근 장애에서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식품 첨가물이나 건강 보조 식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다만 특별히 결핍이 없는 정상인에서 이를 추가로 섭취해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득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L-카르니틴은 사실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있는 물질이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L-카르니틴의 장내 미생물에 의해서 유해한 물질로 변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부 장내 미생물은 L-카르니틴을 trimethylamine 이라는 물질로 바꾸는데 이는 다시 간에서 trimethylamine-N-oxide (TMAO) 라는 물질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이 TMAO 가 동맥 경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헤이젠 박사(Dr. Stanley Hazen, of Lerner Research Institute and the Miller Family Heart and Vascular Institute at Cleveland Clini)가 이끄는 연구팀이 학술 저널 cell matebolism 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에 의한 L-카르니틴 대사는 이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합니다.
장내 미생물 중에는 L-카르니틴을 대사해서 다른 물질을 만드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γ-butyrobetaine (γBB) 입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γBB 는 trimethylamine 에 비해서 1000 배나 더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γ-butyrobetaine 자체가 다시 trimethylamine 와 TMAO로 바뀔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장내 미생물이 이런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미생물이 trimethylamine 와 γ-butyrobetaine 를 대사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입니다. 이것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면 이런 물질들의 생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실제 동물 모델 뿐 아니라 인체에서도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그렇게 조절을 하면 실제 동맥 경화 및 심혈관 질환이 감소하는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실제로 임상에서 응용이 가능한 개념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대해서는 과거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이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들이 자신이 서식처로 삼는 동물 (예를 들어 인간) 의 대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우리는 질별을 더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장내 미생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계속될 것 입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