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nstruction of mating in Olenoides serratus: a) Diagram showing appendages of the male align with the exoskeleton of the female. b) Artistic reconstruction of mating position by Holly Sullivan (https://www.sulscientific.com/). Credit: Artistic reconstruction of mating position by Holly Sullivan (sulscientific.com/))
(Adult male specimen of the trilobite Olenoides serratus with claspers: a) Part. b) Counter part. Credit: Sarah R. Losso)
5억2천만년 전부터 2억5000만년 사이 고생대를 대표하는 생물이라고 하면 단연 삼엽충입니다. 삼엽충이 나오는 지층이 바로 고생대 지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번성한 지표 생물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2만종이 넘고 아마도 그보다 훨씬 많은 삼엽충 종이 진화와 멸종을 반복하며 고생대 처음과 마지막 시기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 만큼 수많은 화석 표본이 발굴되었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고생물학자들이 복원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짝짓기는 어떻게 하고 새끼는 어떻게 낳고 키웠는지 입니다. 이것은 생명체가 존속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석 기록으로 남지는 않기 때문에 막연하게 추측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생인 사라 로소와 자비에 오르테가-에르난데스 교수 (Geology Ph.D. candidate Sarah R. Losso and Professor Javier Ortega-Hernández)는 캄브리아기 중기에 살았던 삼엽충인 올레노이데스 세라투스 (Olenoides serratus)의 화석에서 짝짓기와 암수 구별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연구팀은 65개의 올레노이데스 화석 표본을 조사해 한 가지 구조물을 찾았습니다. 바로 절지동물에서 수컷이 짝짓기 도중 암컷을 고정하는데 사용하는 부속지인 클라스퍼 (Clasper)입니다. 현생 동물 가운데 그나마 삼엽충과 가까운 절지동물인 투구게의 경우를 예를 들면 짝짓기를 위해 수컷의 다리 중 일부가 변형되어 암컷을 짝짓기 도중 고정하는데, 이것이 클라스퍼입니다.
이는 생식기와는 다른 경우로 수컷의 정자를 주입하는 용도가 아니라 암컷이 산란하는 알에 정자를 정확히 수정할 수 있게 자세를 잡는 용도입니다. 암수 모두 물에 정자와 난자를 뿌리는 식인데, 정자가 갈 수 있는 거리가 길지 않으므로 가까운 위치에서 만날 수 있게 자세를 고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 이렇게 작은 다리는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구팀은 4개의 표본에서만 가운데 다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개체에서 10/11번째 다리가 짧아져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위치는 복원도에서처럼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삼엽충의 껍데기를 잡는데 유리한 장소입니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3개의 표본에서는 클라스퍼 같은 구조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모든 표본에 있으면 암수에 따른 차이를 주장하기 어려우나 1:3 정도라면 암수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의 주장이 옳다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암수 화석 구분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더 많은 표본을 통해 이를 검증한다면 암수 구분은 물론 암수에 따른 형태나 크기 차이, 짝짓기 습성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5억년이나 된 생물의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무튼 놀라운 연구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5-clasper-appendages-mid-cambrian-trilobite-horseshoe.html
Claspers in the mid-Cambrian Olenoides serratus indicate horseshoe crab-like mating in trilobites, Geology (2022). DOI: 10.1130/G498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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