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heber: Manuel Werner, Germany, Wikipedia-Kontakt)
박쥐는 새와의 경쟁을 피해 주로 밤에 야행성 곤충들을 사냥합니다. 어두운 밤에도 문제 없이 주변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초음파 반향정위를 통해 밤의 사냥꾼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밤에 사냥하는 동물은 박쥐만이 아닙니다.
올빼미 역시 주로 밤에 사냥하는데, 이들은 박쥐가 내는 소리를 듣고 박쥐를 사냥할 수 있습니다. 밤에 사냥한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박쥐도 일방적으로 사냥당하지는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박쥐들이 갑자기 소리 없이 덮치는 올빼미에 대응하기 위해 소리를 이용한 위장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 프리드리히 2세 대학교의 다닐로 루소 교수 (Assoc. Prof. Danilo Russo, of Italy's University of Naples Federico II)가 이끄는 연구팀은 야생의 Greater mouse-eared bats를 포획한 이들이 초음파가 아닌 독특한 윙윙거리는 소음을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소리가 박쥐들끼리 신호를 주고 받거나 혹은 말벌이나 벌을 흉내내는 소리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두 종의 올빼미 8마리를 야생 혹은 사육하는 상태에서 데려와 (각각 4마리, 총 16마리) 녹음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녹음한 소리는 박쥐가 윙윙거리는, 말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꿀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그리고 윙윙거리지 않는 박쥐의 소리입니다. 그 결과 실제 말벌에 쏘였을 가능성이 있는 야생 올빼미들은 박쥐 혹은 말벌에 윙윙거리는 소음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지는 반면 박쥐의 일반 소음에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물론 연구팀은 이 올빼미들이 실제 야생에서 말벌에 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야생 올빼미들은 말벌집에서 멀리 떨어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말벌의 공격성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놀라운 부분은 박쥐가 이를 카피해 음향 위장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는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은 나방도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교란하고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데, 그보다 복잡한 박쥐가 말벌 소리를 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위장술은 이렇게 제법 영리하고 합리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iology/bats-buzz-hornets-owls/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2)00486-9?utm_medium=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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