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다양한 동물의 가축화를 시도했는데, 여기에는 설치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 문화권에서 쥐와 토끼를 키워서 고기와 가죽을 얻었는데, 비록 크기는 작지만 적은 사료와 좁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은근히 쥐의 가축화를 시도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최근 에딘버러 자연사 박물관의 생물학자인 제레미 헤르만(Jeremy Herman, a biologist at the National Museums of Scotland in Edinburgh)과 그의 동료들은 영국 오크니 제도에 위치한 선사시대 부락인 스카라브레(Skara Brae)에서 고대 브리튼인이 쥐를 가축화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이 유적은 기원전 2,500년에서 3,100년 정도 시기의 것으로 그 시절 영국에서 살았던 선사시대 유럽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1970년대 발굴 당시 이 유적에서는 2.5파운드 정도의 작은 포유류의 뼈가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이들이 잡아먹은 동물의 뼈로 생각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발견된 수많은 작은 뼈가 사실 두 가지 종류의 설치류 - 유럽 들쥐와 숲쥐 - 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물론 쥐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는 바퀴벌레와 함께 인류의 친구 (?)라고 할 수 있어 이것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뼈에서 불에탄 흔적이 발견된 것과 두 종류의 설치류 뼈만 무더기로 쌓여있다는 것은 한 지 사실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당시 유럽인의 조상이 쥐를 가축화시켜 그 고기를 먹었다는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소름돋는 일 같지만, 사실 기니피그를 비롯해서 가축화된 식용 쥐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습니다.
척박한 기후와 토양을 지닌 오크니 제도에서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해 쥐를 사육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닌 셈입니다.
훗날 양이나 소, 돼지 같이 더 많은 공간과 사료를 필요로하는 가축을 키울 수 있을 만큼 목축업이 발달하기 전에 식용 쥐를 키운 사례는 그다지 드물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럽인의 조상은 물론이고 어쩌면 우리의 조상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데 글을 쓰면서 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대 영국인인 베어그릴스가 생각나네요)
참고
Rodents: food or pests in Neolithic Orkney, Royal Society Open Science, rsos.royalsocietypublishing.org/lookup/doi/10.1098/rsos.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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