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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신혼 여행기 (7)







 아침에 조식 먹고 나가서 돌아올 때가 되니 밖은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였습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여기도 퇴근 시간에는 차가 갑자기 많아지기 때문에 (사실 차가 많아서라기 보단 너무 좁은 도로에 많은 차가 있어서 인듯) 길이 많이 막히는 편입니다. 아난타라 스미냑 호텔에 도착하고 나니 이미 밖은 깜깜해졌습니다. 킨타마니와 그 아래 칼데라에 가실 분은 참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꽤 시간 많이 걸립니다. 


 직선 거리로는 길지 않지만 오르막 길인데다 도로 사정이 나뻐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그리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실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으실 듯 싶습니다. 대중 교통 수단도 극도로 열악합니다. 그냥 하루 정도 택시나 차를 대여하는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이드 포함 대략 100 - 150 달러 선이면 하루 대여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호텔 앞에서는 이렇게 수영장 앞에 횃불을 켜놓는데 뭔가 낭만적인 분위기입니다.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물론 블루버드 택시로) 하면 불러주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본래 생각은 돌아오는 길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볼까 했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님이 꼭 한국 음식을 드시겠다고 하시네요. 


 본래 저는 쭉 한국에서 살았지만 한국 음식 못먹어도 한동안 큰 고통은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5 년 넘게 살았던 와이프님은 너무 기름진 현지 음식을 먹어서 꼭 한국 요리를 드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제가 당연히 양보했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먹는 한국 요리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 평가가 좋지 못했서 약간 걱정 되더라구요. 


 사실 발리 현지에는 한국 식당이 별로 없습니다. 중국 요리나 일본 요리, 타이 요리, 인도 요리 식당 (물론 발리 현지 요리 식당도) 은 물론 현지에는 유명한 그리스 음식 식당 까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간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한식이 그렇게 세계적으로 널리 대중화되지 못했다는 의미겠죠. 일부 해외 진출의 성공 사례로 뽑히는 체인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것을 이번에도 다시 느꼈습니다. 


 어찌 어찌 검색을 통해서 현지 한국 식당을 찾아보니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대장금이라는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거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식당 내부는 한식당 같은 느낌인데 보시다시피 저녁 시간인데 큰 식당에 손님 몇명과 그 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있습니다. (ㅠ.ㅠ) 사실 저희 말고는 한국인 가족 (고기를 구워 드시고 계셨음) 몇명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우리는 좀 조용한 방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사실 홀도 조용했지만.... 








 비빔밥과 김치찌게를 시켰는데 대략 가격은 서울 현지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입니다.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이지만 아마도 그것이 손님이 별로 없어도 가게가 유지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것보다도 직원들이 다 발리 현지인들인데 과연 맛이 괜찮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음식들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같은 가격으로 서울 현지에 문을 연다면 좀 위험한 가게 같지만 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먹을만 해서 의외로 놀랐습니다. 와이프님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발리 한국 식당 내부에는 손님이라곤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손님도 아마 대부분 한국인으로 보였습니다. 현지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나 타이 레스토랑에서는 백인들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스시 요리점 앞을 지나도 안에는 외국인들이 바글 거리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갈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계 로비에 이렇게 한국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는데 제 기억으로 가격이 대략 1000 원이 좀 넘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튼 한국보다 갑절은 더 비싼 가격인데 꼭 드시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선뜻 돈내고 먹기가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우리와 같은 시간에 음식 드시고 나가시던 한국인 한분이 하나 꺼내들었다가 가격에 놀라시더라구요. 저희는 그냥 패스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조식 역시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바다를 보면서 먹는 식사는 더 맛있는 것 같더라구요. 지금까지 먹어본 호텔 조식 가운데서 여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 날 일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저는 조금 더 비용을 내고 저녁까지 있자고 했지만 와이프님은 공항 근처에 저렴한 호텔에 반일만 있자고 하시더라구요. 결국 꾸따 쪽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페브리스 호텔이라고 공항에서 매우 가까운 호텔이었습니다. 하루 숙박비는 50 - 60 달러 수준으로 다소 저렴한데 시즌에 따라서 변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부에 수영장이 있고 꾸따 해변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점이 장점입니다. 그보다 더 장점은 쇼핑 센터 및 식당들이 몰려 있는 번화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방 내부는 그냥 하루 묵기에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사진은 안찍었는데 욕실은 따로 있습니다. 일단 짐을 풀고 꾸따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호텔 근처에 퀸즈 라는 인도 요리점에 들려서 카레에 밥만 시켜 간단히 요기 했는데 음식은 괜찮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습니다. 카레 X2 밥 X2 인데 28 만 루피아 (대략 2.5 만원) 입니다. 











 현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디스커리몰에 갔는데 조카들이랑 가족들 선물을 사기 위해 여기서 몇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인, 한국인들이 꽤 눈에 띄는 듯 하더라구요. 이날 꾸따에서 했던 일은 주로 쇼핑이었습니다. 꾸따 비치에 갔을 때는 너무 어두워서 사실 별로 볼 것도 없었구요. 


 마지막날 저녁은 다시 한국식당을 찾아서 갔는데 와이프님이 꽤 드시고 싶어 하셔서 결국 라리스라는 한식당을 찾아 갔습니다. 구글 맵으로 말이죠. 








 그런데 구글 맵으로 찾아간 가계는 폐업을 했는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택시를 잡아탔는데 택시 기사분이 정확한 위치를 알고 계시더군요. 





 구글맵의 배신이었는데 아무튼 기사 분이 아셔서 다행히 여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라리스는 역시 큰 식당에 손님이 거의 없는 컨셉 (?) 의 한국식당으로 현지 시각으로 7 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우리 말고는 한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습니다. (사진에 있는게 전체 테이블의 절반 정도로 꽤 큰 식당) 혹시 가끔씩 단체 손님을 받아서 그런가 하는 궁금증도 들더군요. 아니면 한국에서는 휴가 시즌에 대거 손님들이 오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육쌈밥과 된장찌게를 시켰는데 여기 한식당들은 한국 식당 답게 반찬과 밥은 무한 리필이 됩니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죠. 사실 이틀 연속 한국음식을 굳이 발리에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아무거나 상관이 없고 와이프님은 한국 음식을 먹고 싶으셔서 이렇게 먹었습니다. 꼭 해외에 나갔다고 해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냥 먹고 싶은거 먹고 보고 싶은거 보고 하고 싶은일을 하는 것이 여행이 주는 자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페브리스 호텔은 공항에서 가깝지만 그래도 공항까지 차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덕분에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나갈 때는 꽤 편리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인도네시아 정부가 돈이 없어서인지 여기에서는 나갈 때도 돈을 징수합니다. 1 인당 20 만 루피아 (약 2 만원 안되는 돈) 이 있어야 출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돈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카드는 안받고 현찰만 취급합니다. 환전소도 옆에 없는데 갑자기 돈을 징수해 황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돈도 받기는 하는데 환율이 형편없습니다. (거의 두배 수준) 이 부분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물론 달러도 받습니다. 루피아가 없으면 달러라도 준비하시면 원화만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찍은 기내식입니다. 아침을 먹고 나왔죠. 이렇게 해서 비교적 짧게 신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여느 여행하고 비슷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신혼 여행만의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반려자와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죠. 꼭 어디 가보고 어디에서 뭘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으로 찍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신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반려자이지 사실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신혼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언을 드린다면 적어도 이 정도는 가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두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시라는 것입니다. 둘만의 시간을 가장 잘 보낼 수 있는 장소라면 사실 꼭 비싸거나 멀리 가지 않더라도 정말 좋은 것이 신혼 여행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두 사람에게 가장 좋은 여행을 준비하고, 그곳에서 둘이 행복해지면 가장 훌륭한 신혼 여행입니다. 기간이 좀 짧다는 것을 제외하고 저희들은 둘만의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비 부부이신 분들도 모두 잘 준비하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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