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아무리 짧더라도 우리 인간과는 비교도 안되게 오랜 세월을 살 수 있습니다. 태양의 경우 100 억년 정도 수명을 가지고 있고 태양의 수십배 이상 질량을 가진 거성들은 수천만년에서 수백만년까지 비교적 짧은 생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에 비해서 엄청나게 긴 인생을 살아가는 셈이죠. 그런데 생자 필멸이라고 별 역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옵니다. 특히 질량이 아주 큰 별들은 격렬한 초신성 폭발 후에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비록 블랙홀만큼 대중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중성자별은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징들을 가진 천체입니다. 특정한 주파수를 내뿜는 펄서의 존재도 그렇지만 이 중성자별 가운데서 강력한 자성을 띤 천체인 마그네타 (Magneta) 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태양 보다 훨씬 무거운 강력한 자석이라고 할 수 있는 마그네타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만 해도 독특하지만 진짜 기묘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마그네타는 그 지각 표면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인데 중성자별의 중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겨우 빛만이 빠져나올 수 있는 강력한 중력을 가진 별이 중성자 별입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50 만배가 넘는 질량이 지름 20 km 도 되지 않는 구체 안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웬만한 폭발로 물체가 튀어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목격한 현상은 아예 지각이 폭발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폭발하는 마그네타의 개념도 A rupture in the crust of a highly magnetized neutron star, shown here in an artist's rendering, can trigger high-energy eruptions. Fermi observations of these blasts include information on how the star's surface twists and vibrates, providing new insights into what lies beneath.
Image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S. Wiessinger)
Image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S. Wiessinger)
지진 (earthquake) 대신 항성지진 (starquake) 라고 부를 만한 이 현상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사실 지금 언급할 2009 년의 마그네타 플레어를 제외하면 지난 40 년 간 단 3 차례 (1979, 1998, 2004 년) 만 목격된 현상이었습니다. 2009 년, 중성자별 SGR J1550−5418 에서 다시 강력한 고에너지 분출이 관측되었는데 이 때는 이런 관측에 최적화된 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 이 궤도에 있어서 이를 전례없이 상세하게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영상)
본래 마그네타가 아닌 일반적인 중성자별이라도 지구 자기장의 수조배에 달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엄청난 밀도에서 기인한 것인데 마그네타의 플레어 (혹은 폭풍) 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보다 1000 배는 강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강력한 자기장과 중력이 이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중성자별의 지각 (crust) 에 해당하는 얇은 층에 균열이 일어나면 강한 중력과 자기장 때문에 그 자리에서 고정되게 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자기장의 변형이 축적되고 마치 지진대에서 지각판의 이동에 따라 에너지가 축적되듯이 지각에 해당하는 부분에 에너지가 축적 되었다가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이런 폭발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은 지구에서 지진의 규모를 측정하는 매그니튜드 (magnitude) 로 말하면 23 정도입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강력한 지진은 9.5 였습니다. 1 단위가 늘어날 수록 에너지의 양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이는 우리 인류가 영원히 겪어볼 수 없는 크기의 강력한 지각 균열과 폭발인 셈입니다. 아마도 개념도에서처럼 중성자별의 표면이 폭발하는 수준의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위의 동영상에서 보듯이 방출되는 에너지의 크기 때문입니다. 2008 년에서 2009 년 사이 이 중성자별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20 분 이상 지속되는 총 263 회의 폭발을 관측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은 태양이 20 년간 방출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합니다.
우주에는 정말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주 저 멀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학 역시 놀라운 인간의 업적이지만 말이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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