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73 - 중성자별에서 지진이 발생 ?

 별은 아무리 짧더라도 우리 인간과는 비교도 안되게 오랜 세월을 살 수 있습니다. 태양의 경우 100 억년 정도 수명을 가지고 있고 태양의 수십배 이상 질량을 가진 거성들은 수천만년에서 수백만년까지 비교적 짧은 생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에 비해서 엄청나게 긴 인생을 살아가는 셈이죠. 그런데 생자 필멸이라고 별 역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옵니다. 특히 질량이 아주 큰 별들은 격렬한 초신성 폭발 후에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비록 블랙홀만큼 대중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중성자별은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징들을 가진 천체입니다. 특정한 주파수를 내뿜는 펄서의 존재도 그렇지만 이 중성자별 가운데서 강력한 자성을 띤 천체인 마그네타 (Magneta) 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태양 보다 훨씬 무거운 강력한 자석이라고 할 수 있는 마그네타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만 해도 독특하지만 진짜 기묘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마그네타는 그 지각 표면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인데 중성자별의 중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겨우 빛만이 빠져나올 수 있는 강력한 중력을 가진 별이 중성자 별입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50 만배가 넘는 질량이 지름 20 km 도 되지 않는 구체 안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웬만한 폭발로 물체가 튀어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목격한 현상은 아예 지각이 폭발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폭발하는 마그네타의 개념도  A rupture in the crust of a highly magnetized neutron star, shown here in an artist's rendering, can trigger high-energy eruptions. Fermi observations of these blasts include information on how the star's surface twists and vibrates, providing new insights into what lies beneath.
Image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S. Wiessinger)


 지진 (earthquake) 대신 항성지진 (starquake) 라고 부를 만한 이 현상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사실 지금 언급할 2009 년의 마그네타 플레어를 제외하면 지난 40 년 간 단 3 차례 (1979, 1998, 2004 년) 만 목격된 현상이었습니다. 2009 년, 중성자별 SGR J1550−5418 에서 다시 강력한 고에너지 분출이 관측되었는데 이 때는 이런 관측에 최적화된 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 이 궤도에 있어서 이를 전례없이 상세하게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영상)


 본래 마그네타가 아닌 일반적인 중성자별이라도 지구 자기장의 수조배에 달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엄청난 밀도에서 기인한 것인데 마그네타의 플레어 (혹은 폭풍) 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보다 1000 배는 강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강력한 자기장과 중력이 이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중성자별의 지각 (crust) 에 해당하는 얇은 층에 균열이 일어나면 강한 중력과 자기장 때문에 그 자리에서 고정되게 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자기장의 변형이 축적되고 마치 지진대에서 지각판의 이동에 따라 에너지가 축적되듯이 지각에 해당하는 부분에 에너지가 축적 되었다가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이런 폭발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은 지구에서 지진의 규모를 측정하는 매그니튜드 (magnitude) 로 말하면 23 정도입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강력한 지진은 9.5 였습니다. 1 단위가 늘어날 수록 에너지의 양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이는 우리 인류가 영원히 겪어볼 수 없는 크기의 강력한 지각 균열과 폭발인 셈입니다. 아마도 개념도에서처럼 중성자별의 표면이 폭발하는 수준의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위의 동영상에서 보듯이 방출되는 에너지의 크기 때문입니다. 2008 년에서 2009 년 사이 이 중성자별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20 분 이상 지속되는 총 263 회의 폭발을 관측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은 태양이 20 년간 방출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합니다.


 우주에는 정말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주 저 멀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학 역시 놀라운 인간의 업적이지만 말이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