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보다 단순하고 실용화에 가까운 초전도 회로


 초전도 현상은 낮은 온도에서 저항이 0 이 되는 매우 독특한 현상입니다. 따라서 초전도 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면 대단히 유용한 특징들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저항이 0 이므로 전력 소모는 극도로 적을 수 밖에 없으며 열로 사라지는 전력이 없으므로 발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전도 프로세서가 있다면 동작 클럭을 크게 높여도 발열의 문제가 없으므로 매우 높은 클럭 달성도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액체 헬륨과 같은 고가의 냉각 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프로세서 및 전자 회로 부분에서 초전도체가 도입되지 못하는데는 여러가지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조셉슨 접합 (Josephson - Junction) 회로들은 770 GHz 라는 놀라운 클럭도 달성이 가능하나 미세 회로로 만들기가 어려우며 트랜지스터 처럼 three terminal device  가 아니라  two terminal device 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조셉슨 접한은 현재 사용되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칩을 대신하기 어려운 몇가지 제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MIT 의 대학원생인 아담 맥코한(Adam McCaughan, a graduate student in electrical engineering) 과 전자공학 및 컴퓨터 과학부 교수인 칼 버그렌 (professor of electrical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 Karl Berggren) 등 연구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초전도 논리 회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저널 Nano Letters 에 발표했습니다. 



(새롭게 개발한 nanocryotron 초전도 논리 회로  Shown here is a square-centimeter chip containing the nTron adder, which performed the first computation using the researchers' new superconducting circuit. Credit: Adam N. McCaughan )   


 연구팀의 설명에 의하면 기존의 조셉슨 소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들은 불과 한개의 층으로 구성된  niobium nitride 을 절연층위에 T 자 모양으로 배열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든 새로운 회로는 nanocryotron 혹은 nTron 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이 nTron 은 매우 작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전에 제시되었던 초전도 회로에 비해서 더 실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반도체 회사인 Hypres 의 CTO 인 올레그 무카노프 (Oleg Mukhanov, chief technology officer of Hypres) 이 nTron 이 nanowire 로 구성되어 매우 작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셉슨 접합처럼 two terminal 아닌 three terminal 제품으로 현재의 일반적인 트랜지스터에 더 가깝기 때문에 실용화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초전도 컴퓨팅에 대한 여러가지 제안들이 등장했지만 실용적인 의미에서 초전도 슈퍼 컴퓨팅은 아직 가능성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과연 실제로 실용화가 가능한 초전도 컴퓨팅을 길을 nTron 이 열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런식으로 실용화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만약에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프로세서그 등장한다면 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 전력 소모와 발열이라는 부분에서 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미래가 과연 올 수 있을 지 궁금하네요. 


 참고 

"A Superconducting-Nanowire Three-Terminal Electrothermal Device" Nano Lett., 2014, 14 (10), pp 5748–5753. DOI: 10.1021/nl502629x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