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과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태양계의 위성 가운데서 유일하게 제대로된 대기를 지녔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지구보다도 더 두터운 대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타이탄의 두꺼운 대기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타이탄에서는 천연 가스 성분과 비슷한 탄화수소들이 낮은 온도에서 응결되어 눈이나 비가 되어 내리기도 하고 그 액체들이 모여 액화 천연 가스 같이 주로 액화 메탄등으로 구성된 호수를 형성합니다. 이 내용들은 이미 여러번 블로그에서 다룬 바 있죠.
그런데 이번에 나사의 카시니 탐사선이 목격한 것은 그보다 더 독특한 기상 현상이었습니다. 카시니는 2012 년 타이탄의 남극에서 수백 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소용돌이 구름을 목격했는데 이는 일종의 극소용돌이 (polar vortex) 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토성이 29 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타이탄의 1 년 역시 그 정도 되는데 현재 타이탄의 남극은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 변화를 겪는 중이고 극 소용돌이는 그런 변화 가운데 하나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2012 년 5월 카시니는 이 소용돌이 구름에 대해서 상세한 관측을 시행했습니다. 이 구름은 뜻밖에도 구름이 형성되기 쉬운 낮은 고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무려 300 km 상공에서 발생한 구름이었습니다. 이 연구의 리더인 렘코 데 콬 (Remco de Kok of Leiden Observatory and SRON Netherlands Institute for Space Research) 은 우리는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거대한 구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We really didn't expect to see such a massive cloud so high in the atmosphere) 라고 언급했습니다.
(타이탄의 거대한 소용돌이 구름 These two views of Saturn's moon Titan show the southern polar vortex, a huge, swirling cloud that was first observed by NASA's Cassini spacecraft in 2012. The scientists found that this giant polar vortex contains frozen particles of the toxic compound hydrogen cyanide, or HCN.
Image Credit: NASA/JPL-Caltech/ASI/Univ. of Arizona/SSI/Leiden Obsv./SRON )
이 미스테리 구름의 정체는 당연히 연구자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카시니에 탑재된 가시광 및 적외선 분광기인 visual and infrared mapping spectrometer (VIMS) 는 이 구름에 대해서 더 예상치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이 구름이 시안화 수소 (Hydrogen cyanide, HCN, 속칭 청산) 의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맹독성의 물질인 시안화수소는 사실 타이탄의 대기에서 아주 흔한 물질은 아닙니다. 그러나 타이탄에 대기에 질소가 다량으로 분포하고 있고 탄화 수소도 많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이 맹독성의 기체가 타이탄의 대기에 소량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들만 모여서 수백 km 상공에서 거대한 구름을 형성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안화수소 얼음 알갱이들이 모여 구름을 형성하려면 이 위치의 압력을 고려할 때 섭씨 영하 148 이하의 낮은 기온이 필요합니다. 이는 이전에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온도보다 훨씬 낮은 것입니다. 카시니의 composite infrared spectrometer (CIRS) 의 관측 결과는 타이탄의 남반구 대기의 온도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추가로 알려주었습니다.
카시니의 관측 결과가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기괴한 현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타이탄의 기상 현상에 대한 사실도 추가로 알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 km 표면에서 지름 수백 마일 규모의 거대 독성 구름이 형성되는 메카니즘이 100% 이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태양계는 우주에 매우 흔한 행성계 중 하나일 뿐이겠지만 이곳 안에서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일들은 무궁무진 한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Remco J. de Kok, Nicholas A. Teanby, Luca Maltagliati, Patrick G. J. Irwin, Sandrine Vinatier. HCN ice in Titan’s high-altitude southern polar cloud. Nature, 2014; 514 (7520): 65 DOI: 10.1038/nature1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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