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그린란드의 빙하 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그린란드를 비롯한 육지 빙하들은 한쪽에서는 최근 그 질량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본래 빙하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녹는 양과 새롭게 눈이 내려서 쌓이는 만큼이 균형을 이루는데 과거 지구 역사에서 지구 기온이 오르거나 내림에 따라서 그 양이 크게 변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북미를 덮었던 거대한 로렌타이드 빙상은 마지막 빙하기 이후 녹아서 지금은 그 흔적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 빙하가 녹은 자리에 인간들이 뉴욕 같은 대도시를 건설해 살고 있죠.  


 현재와 같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결국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 역시 로렌타이드 빙상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그 질량을 감안하건데 짧은 시간내로 다 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과학자들은 수세기에 걸쳐서 이 얼음들이 녹아내릴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사실 그 속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빙하들이 녹는 속도와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학자들 뿐 아니라 해안선에 많은 대도시와 거주 지구를 가진 주요 국가들에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해수면 상승 속도에 따라 이번 세기와 다음 세기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일부 도시를 이전해야 하는 큰 프로젝트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많은 연구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텍사스 대학의 로렌 앤드류 (Lauren Andrews, a Ph.D. candidate a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와 그녀의 동료들은 해빙기 (melting season) 에 빙하가 움직이는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 빙하에 깊은 구멍을 뚫고 그 하부의 속도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빙하의 두께는 수 km 에 달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만 관찰해서는 그 변화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빙하가 녹는 정도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이동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 왔습니다.  



(표면에서 흘러내려들어가는 해빙수. Meltwater carves channels in the Greenland Ice Sheet before draining into moulins, deep conduits that carry meltwater to the bottom of the ice sheet. Pictured are Matthew Hoffman of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and Blaine Morriss of Dartmouth College. Credit: Lauren Andrews)



(A camera used to image the structure of glacier ice is lowered into the borehole by a winch. The instrument is encased in a plastic cage to keep it stable as it is lowered 600 meters to the bed of the ice sheet. Credit: Lauren Andrews)


 텍사스 대학의 연구팀은 빙하에 300 - 2000 m 정도의 구멍을 뚫고 사상 처음으로 직접 그 이동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해빙기에 빙하 표면 온도가 따뜻해지면 빙하 표면에서 녹은 해빙수 (meltwater) 가 빙하의 약한 부분을 뚫고 내부로 흘러들게 됩니다. 표면에서 보면 마치 빙하 표면에 작은 강이 형성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해빙수의 강은 마치 폭포처럼 빙하의 틈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 물의 힘으로 내부에 틈이 더 깊어지면서 마침내는 최대 수 km 떨어진 빙하의 바닥까지 해빙수가 내려가게 됩니다.  


 연구팀은 이 해빙수가 복잡한 빙하 내부 네트워크를 따라서 어떻게 빙하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지 직접 관측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빙수는 기반암과 빙하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해서 빙하를 더 빠르게 바다로 흘려보낸다고 생각되어 왔습니다. 분명 그 점은 사실이겠지만 연구팀의 관측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빙하 아래의 배수 시스템 (subglacial plumbing network) 이 더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2011 년 앤드류와 그녀의 동료들은 그린란드 서부의 파키트소크 지역 (Paakitsoq region of western Greenland) 에 총 13 개의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2011 년에서 2012 년 여름에 그 구멍 내부의 수압을 측정하고 빙하의 이동 속도를 GPS 로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중에도 매우 다양하게 내부의 수압과 속도가 변하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기반암의 수압은 위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지역들이 얼음사이 빙하의 수로 시스템과 독립되어 존재하는 고인 호수 같은 지역이라고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들도 해빙기가 진행됨에 따라 다시 수로 시스템과 연결되면서 수압이 낮아졌고 결국 이렇게 되면 빙하의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즉 윤활유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마찰이 커진다는 의미)  


 빙하 아래에 해빙수는 기본적으로는 빙하를 바다로 흐르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이들이 빙하 내부의 수로 시스템과 어떤 상호 작용을 하는지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은 사실 빙하 위에서 보이는 해빙수의 양과 빙하가 흐르는 속도간의 불일치를 설명 (즉 위에서 녹는 만큼 빙하의 속도가 바로 빨라지지 않음)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지니 카타니아 교수 (Ginny Catania, a research scientist at the institute and an associate professor in the university's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는 "우리가 수력학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면 우리는 빙하가 흐르는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미래를 잘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수도 없다. If we don't get this hydrology right, and if we don't couple it to models of ice flow, then we can't model the system properly and won't be able to project into the future very well" 라고 언급하면서 이와 같은 빙하 내부의 수문학/수력학적 시스템의 이해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향후에도 빙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겠지만 빙하 내부에 복잡한 수로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이것이 빙하의 속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역시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한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