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인도에서 발견된 5200 만년 된 호박에서 개미와 함께 살아가는 딱정벌레의 종류인 Clavigeritae 과에 속하는 가장 오래된 화석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 딱정벌레는 지금까지 370 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개미를 사랑하는 "myrmecophilous (ant - loving)" 이라는 그룹에 속합니다. 개미를 좋아한다는 의미는 중의적인데 사실 이 딱정벌레들은 개미에 기생하는 방식으로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미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테지만 이 딱정벌레들은 개미를 좋아하겠죠.
(5200 만년 전 호박에서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딱정벌레 화석 Newly discovered 52-million-year-old fossil Protoclaviger trichodens encased in amber discovered in India. Credit: © AMNH/J. Parker )
1-3 m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작은 크기의 이 딱정벌레는 아주 독특한 재주가 있는데 개미도 아니면서 개미인척 하는 것이 바로 그 재주 입니다. 이 딱정벌레는 개미가 상대를 식별할 때 사용하는 페로몬을 분비해 개미의 요새 같은 군락지에 숨어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개미를 속이는 다른 방법들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모든 메카니즘이 해명되지는 않아서 현재도 연구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눈으로 보기에는 확연히 개미와 달라 보이지만 시력에 의존하지 않는 개미들 사이에 섞여서 이 딱정벌레들은 개미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안전한 개미굴 안에서 개미가 쌓아놓은 먹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알까지 먹어 치웁니다. 여기에 개미가 동료를 위해서 내놓는 영양분이 담긴 체액까지 먹어치우는 범죄 수준의 생활사를 가지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개체가 아닌 군체에 기생하는 사회적 기생 (social parasitism) 이라고 부릅니다. 이 딱정벌레들은 개미 군락에 의해 포식자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뿐 아니라 식사와 주거까지 해결하므로 개미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죠.
이와 같은 사회적 기생 생활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화석으로 남기 어려운 작은 곤충이기 때문에 정확한 연대까지 추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화석은 사회적 기생곤충의 진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대의 Clavigeritae 들과는 다른 원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후손들과 비슷하긴 하지만 복부의 분절들이 아직 융합되지 않았고 다른 외형 역시 원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화석은 Protoclaviger 라 명명되었습니다.
5200 만년 이후의 후손들은 개미를 속이기 위해 더 많은 진화를 계속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의 더듬이는 개미의 더듬이를 속이기 위해서 특별하게 진화되었고 복부에 있는 분절들은 융합해서 개미를 속이는데 더 유리하게 변형되었다고 합니다. 또 그 표면은 독특한 기름 성분의 분비물로 덮혀 있는데 이는 개미를 감쪽같이 속이는 위장막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이 위장이 얼마나 완벽한지 인간이 육안으로 보면 확연이 구분되는 이 딱정벌레가 개미굴 밖에 있으면 개미들이 알아서 자신의 개미굴로 데리고 들어갈 정도라고 합니다.
(현대의 Clavigeritae 과 딱정벌레들 Some of the diversity of modern Clavigeritae beetles. There are about 370 described species, with many more likely awaiting discovery. Credit: © AMNH/J.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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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리더인 요셉 파커 (Joseph Parker, a research associate at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postdoctoral researcher at Columbia University) 는 이 곤충이 진정한 전이 화석 (Protoclaviger is a truly transitional fossil) 이라고 언급하면서 현대의 고도로 분화된 사회적 기생충의 진화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아무튼 개미들 사이에서 기생 생활을 하는 딱정벌레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고 그 역사 역시 엄청나게 오래되었다는 것 역시 재미있는 사실 같습니다. 이 연구는 Current Biology 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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