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고사우루스는 그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인기가 높은 공룡입니다. 실제로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은 부분들이 많지만 아무튼 등을 따라 난 거대한 골판과 가시들로 동시대를 살았던 알로사우루스같은 육식 공룡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상상도는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덴버 박물관에 전시된 스테고사우루스와 알로사우루스 Adult and juvenile S. stenops mounted as if under attack from Allosaurus, Denver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Denver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http://en.wikipedia.org/wiki/Stegosaurus#mediaviewer/File:Allosaurus_attacks_Stegosaurus.jpg)
(스테고사우루스의 골격 복원 Reconstruction of a Stegosaurus skeleton in the Senckenberg Museum in Frankfurt am Main http://en.wikipedia.org/wiki/Stegosaurus#mediaviewer/File:Stegosaurus_Senckenberg.jpg )
스테고사우루스는 골판 이에도 꼬리 부분에 4 개 정도 되는 가시 같은 큰 뿔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판의 경우 온도를 조절하는데 사용되었다는 가설도 있지만 꼬리에 난 이 가시의 용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방어용이라는 가설이 유력했습니다.
그러나 다소 둔중한 몸매와 상대적으로 별로 길지 않은 꼬리를 지닌 스테고사우루스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꼬리를 채찍처럼 사용해서 육식공룡을 공격했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되었습니다. 확실히 골격을 보면 꼬리를 휘둘러서 적을 공격할 만큼 민첩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위협용이었거나 혹은 짝짓기 경쟁용 등 다른 가설들도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지질학회에 발표된 새로운 화석이 스테고사우루스가 단순히 풀만 먹는 온순한 초식동물이었다는 편견을 종식시킬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 증거란 당시에 최상위 포식자인 육식공룡 알로사우루스의 치골뼈 (pubis bone) 로 여기에는 스테고사우루스의 꼬리 뿔에 당한 것으로 보이는 깊숙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알로사우루스의 치골뼈 화석으로 구멍의 안쪽에 큰 농양 (abscess) 가 형성되어 있었음. 뼈 앞에 놓인 흰색의 덩어리는 화석 내부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본을 뜬 것. The stegosaur tail spike appears to have entered the allosaur's publis from below and passed all the way through the bone. The wound then led to infection and an abscess that eventually spread and killed the allosaur. Credit: Robert Bakker )
휴스턴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로버트 벡커 (Houston Museum of Natural Science paleontologist Robert Bakker) 와 그의 동료들이 공개한 이 화석은 알로사우루스의 골반을 가격한 스테고사우루스의 꼬리 가시의 상흔의 증거로 제시되었습니다. 그 가시의 크기에 딱 들어맞는 이 상처는 이 불운한 알로사우루스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알로사우루스는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상처 안쪽의 뼈에 큰 농양이 생기면서 결국 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로사우루스와 스테고사우루스의 혈투 The wound found in the allosaur fits well with what would result from a stegosaur striking under and upwards with its spiked tail. Fossil's of contemporaneous stegosaurs appear to have had unusually flexible and agile tails. Credit: Robert Bakker )
연구팀은 스테고사우루스의 꼬리가 마치 원숭이의 꼬리 처럼 매우 정교하고 넓은 범위로 움직일 수 있으며 육식 동물의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큰 뿔을 가진 초식 동물이 종종 대형 육식 동물에게 큰 상처를 안기듯 스테고사우루스 역시 육식 공룡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스테고사우루스가 거대한 뿔을 꼬리에 진화시킨 것도 이상한 결과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쓸모가 있었다는 것이죠.
다만 이 알로사우루스에게 상처를 입힌 스테고사우루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는 같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살았을까요 아니면 죽었을까요. 그건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미래의 공룡 영화나 만화 제작자들에게 좋은 소재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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