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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로 자리를 옮긴 라자 코두리 - 독립 그래픽카드 개발한다.




수일 전 AMD의 라데온 GPU 책임자인 라자 코두리 (Raja Koduri)가 회사를 사임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코두리가 인텔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는 소식도 같이 들렸는데, 더 놀라운 내용이 인텔의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나왔습니다. 라자 코두리의 새로운 임무가 바로 하이엔드 독립 그래픽 프로세서를 제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high-end discrete GPU라는 이야기는 현재 엔비디아와 AMD에서 만드는 GPU를 인텔도 개발하겠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될지는 몇 년 지나봐야 알겠지만, 사실 인텔 역사에서 독립 그래픽 카드 자체는 새로운 물견은 아닙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i740 같은 독립 그래픽카드는 저렴한 그래픽 제품으로 나름 수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능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결국 인텔의 내장 그래픽으로 통합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이와는 독립적으로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라라비(Larrabee)라고 명명된 x86 기반의 GPU가 그것으로 결국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그래픽 카드 대신 병렬 연산용의 코프로세서인 제온 파이로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GPU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의 양강 구도가 너무 강해 인텔이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아도 성능 및 최적화에서 따라잡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더구나 CPU보다 큰 GPU를 비싼 가격에 팔기 어렵다면 굳이 일반 사용자용 GPU로 내놓을 메리트도 적었습니다. 인텔이 반독점 시장을 구축한 CPU와는 달리 GPU 시장에서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인텔의 이와 같은 결정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갑자기 독립 GPU를 개발하겠다니 여러 모로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물건이 나올지는 물론 두고봐야 알겠지만, 인텔의 의도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독립 그래픽 카드 시장은 PC시장의 위축과 더불어 점차 수요가 감소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더구나 이미 엔비디아와 AMD라는 두 메이저 회사가 있어서 새로운 회사가 끼어들 틈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90년대에는 여러 회사가 난립하다가 2000년 이후로는 양강구도가 계속 이어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인텔 역시 이점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굳이 개발을 시도한 이면에는 아마도 인공지능 같은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는데, 그래픽 프로세서를 인공 지능을 포함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과거 연산 장치의 핵심인 CPU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엔비디아를 인수하는 것이겠지만, 황회장이 팔리도 만무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져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독점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해 AMD를 인수하기 보다 핵심인력을 영입하기로 한 것 같은데, 특허 등 다양한 법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인텔 표 게이밍 그래픽 카드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겠지만, 과연 어떤 물건이 나오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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