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혈압 조절에 저염식 + DASH 식이 요법이 약물보다 효과적이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나트륨이 물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결국 혈관 내의 혈액의 양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콩팥에서 더 많은 나트륨을 배출해 장기적으로는 조절이되긴 하지만, 계속해서 더 많은 나트륨이 들어오면 한 번에 처리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어 혈압이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과도한 나트륨은 신장 및 심장 질환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혈압 환자는 물론 정상인에서도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나트륨 섭취량이 대부분 권고한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얼마나 줄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어왔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기존의 권고안인 하루 2300mg의 나트륨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팀은 수축기 혈압 120 - 159mmHg, 이완기 혈압 80 - 95mmHg 인 자원자 41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분류상 전고혈압 (prehypertension)과 1기 고혈압 (stage I hypertension)에 포함됩니다. 대상자는 저염식, 중간, 고염식의 세 그룹과 DASH 다이어트 유무에 따라 분류되어 12주에 걸쳐 식이 요법을 진행하고 혈압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저염식 그룹은 하루 1150mg의 나트륨을 중간 그룹은 2300mg, 고염식 그룹은 3450mg의 나트륨을 섭취했는데, 이는 mmol 단위로는 50/100/150mmol에 달합니다. 중간 그룹은 하루 권장량 상한치이며 저염식 그룹은 그 절반 수준입니다. 저염식 그룹은 소금으로 따지면 2.4g 정도로 일반적인 병원 저염식보다 싱겁게 먹는 것입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미국인은 고염식 그룹에 속하며 한국인 역시 고염식 그룹보다 더 짜게 먹습니다. 


 DASH는 고혈합 치료를 위해 고안된 식이 요법으로 과일, 야채, 통곡물, 저지방 육류/가금류, 어류, 콩, 견과류를 섭취하는 식단입니다. 지중해 식단과 비슷한 형태의 식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ASH와 저염식 모두 혈압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지만, 둘을 병합했을 때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연구 결과는 DASH 식단이 수축기 혈압을 낮추기는 하지만, 단독으로는 150mmHg 이상인 경우에도 4mmHg 정도밖에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DASH + 저염식의 경우 고염식 군에 비해 혈압을 최대 21mmHg나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인 고혈압 약물에 비해서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앞서 공개된 Framingham Offspring Study 연구 결과와 다른 결론입니다. 




 Framingham Offspring Study는 관찰연구로 나트륨 섭취량을 설문조사를 통해서 측정했습니다. 문제는 영양설문조사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평소 먹는 고기의 양은 어느 정도 신뢰성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몇 mg이나 소금을 넣어 먹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량적인 분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이번 연구는 나트륨 함량을 이미 알고 있는 식단을 이용했기 때문에 훨씬 신뢰성 있는 결과를 제시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압 관리에서 식이 조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하루 나트륨 1150mg 왠만해서는 먹기 힘든 양이라는 점도 감안해야합니다. 라면 한 개만 먹어도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시판 라면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360mg 입니다. 많은 것은 2000mg 넘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현대인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짜지 않게 먹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참고 


Stephen P. Juraschek et al. Effects of Sodium Reduction and the DASH Diet in Relation to Baseline Blood Pressure,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2017). DOI: 10.1016/j.jacc.2017.10.01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