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과학계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록 최근의 연구 결과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조상이 이종교배를 통해 유전자를 교환했으며 비아프리카인의 유전자 가운데 일부가 여기서 기원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지만, 모든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인류의 조상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할 무렵 그들의 숫자는 이미 그곳에서 수십 만년 전부터 살아왔던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매우 소수에 불과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지고 인류의 조상만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부 유전자만 남기고 네안데르탈인은 글자 그대로 멸종한 것이 분명합니다. 논쟁의 대상은 그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론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이 사냥 기술과 지능이 떨어져 현생 인류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가설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오렌 콜로드니(Oren Kolodny of Stanford University)와 그의 동료들은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 비해서 누릴 수 있는 큰 장점 중에 하나가 끊임없는 이민에 따른 인구 유입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현생 인류의 조상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소수에 불과했지만, 대신 아프리카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환경이 좋지 않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인구가 유입될 일이 없는 네안데르탈인은 점점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연구팀은 여러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성을 검증했습니다.
분명 흥미로운 가설이기는 하지만, 사실 입증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당시 인류의 조상이 출입국 기록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유입되었는지 판단할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류가 유라시아 대륙 전체는 물론 호주와 신대륙까지 퍼진 점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인구가 유입된 점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게 네안데르탈인의 자연 증가보다 더 많았는지는 검증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와 함께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결국 대체한 이유 중 하나였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수였을지 몰라도 점점 인구가 유입되면서 현생 인류의 조상이 더 많아졌고 자체적으로 증가하는 숫자까지 더해져 나중에는 숫적으로 더 유리해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사냥 기술이나 도구 제작 기술이 뛰어난 인류의 조상이 더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정확한 멸종 원인을 밝히려는 이유는 사실 인류가 현재처럼 주도적인 생물체로 진화한 이유를 밝히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는 우리 안에도 살아있을 뿐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자체가 우리를 이해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Oren Kolodny et al. A parsimonious neutral model suggests Neanderthal replacement was determined by migration and random species drift, Nature Communications (2017). DOI: 10.1038/s41467-017-0104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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