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EVOPROG)
인간처럼 세대가 긴 생물은 진화 역시 천천히 일어납니다. 수백 세대가 필요한 진화과정이라면 1만년이란 시간이 필요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테리아는 불과 한달도 안되 이보다 더 많은 세대를 진행할 수 있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가 항생제를 사용할 때 명확히 드러납니다. 일주일도 안되 내성 균주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우 다른 세균에서 유전자를 공여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연적인 돌연변이가 내성 균주의 출현을 부르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와 같은 빠른 진화 속도를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할수는 없을까요? 유럽 연합의 Future and Emerging Technologies (FET)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도는 EVOPROG가 여기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VOPROG는 진화 기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가 원하는 물질을 생성하도록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선택을 하는 장치입니다.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는 살려두고 그렇지 않은 박테리아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박테리아를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박테리아를 모두 제거해 버리면 원하는 물질만 남게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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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원하는 물질을 얻는데는 2주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배양기를 3D 프린터로 제작해서 맞춤형 배양기를 만드는 연구도 같이 진행 중이라는 것인데, 원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의 배양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테리아를 미니 화학 공장으로 삼아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것은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EVOPROG가 기존의 유전자 삽입 방법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거나 혹은 생산하기 힘든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생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킨다는 발상은 뭔가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식량으로 삼는 거의 모든 재배 작물과 가축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친 것들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에게 유용한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선택하고 이종 교배를 통해서 매우 다양한 품종을 만들어온 것이죠. 이를 세균으로 옮겨서 세균 품종 개량을 하는 셈인데, 과연 상용화 될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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