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서 제트 연료를 만드는 솔라젯


(The scientists performed 295 consecutive cycles in a 4 kW solar reactor during the SOLAR-JET project, yielding 700 standard liters of syngas. Credit: SolarPACES)

(Diagram of the chemical process for concentrated solar splitting of H2O / CO2 from Philipp Furler's presentation at the 23rd SolarPACES Annual Conference. Credit: Philipp Furler)

(Ultimately, industrial-scale solar fuels production systems would be run using megawatt-scale reactor-systems on solar towers with heliostats (mirrors) concentrating suns on the receiver, similar to, but running at much higher temperatures than current commercial solar tower plants. Credit: SolarPACES)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 연료는 사실 광합성 결과물로 생긴 탄화수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지구 지각에 오래 저장되었던 탄화수소를 다시 꺼내 쓰면서 대기 오염 문제는 물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시 상승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식물처럼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탄화수소 연료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솔라젯 (SOLAR-JET) 프로젝트입니다. 유럽에서 진행하는 이 연구는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해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제트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탄화수소 연료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역시 문제는 경제성입니다. 솔라젯 프로젝트는 이미 연료를 시험 생산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상업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할만큼 효율성은 좋지 않았습니다. 




  쉘(Shell)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연구팀은 3000개의 거울을 이용한 4kW급 반응기를 이용해 이전보다 더 높은 효율로 Syngas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섭씨 1500도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가열해 여기서 산소를 분리해 일산화탄소 (CO)와 수소를 만들었는데, 이는 솔라젯 연료 합성의 첫 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는 피셔 트롭쉬 반응 (Fischer - Tropsch)을 이용해서 케로신(등유)와 비슷한 연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산한 케로신은 이미 존재하는 제조과정을 거쳐 제트 연료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생성되는 일산화탄소와 산소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였습니다. 연구팀은 100%의 분리율을 지닌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으며 태양에너지 - 연료 전환 효율도 5.25%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295회의 사이클을 통해 연료로 합성할 수 있는 합성가스(syngas) 700리터를 합성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업 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아직 갈길이 먼 상태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물과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과정이 너무 높은 온도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섭씨 1,500도는 대개의 시스템에서 견디기 어려운 고온입니다. 현재 상업적으로 운용되는 태양열 발전소의 경우 섭씨 560도 정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가급적 반응 온도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낮은 효율입니다. 연구팀은 다음 연구에서 효율을 15%까지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전환 효율을 태양열 발전소의 전기 생산 수준과 비슷한 30%까지 높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태양열 에너지로 전기 대신 제트 연료를 생산하는 방식이 경쟁력과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셀 같은 석유 회사들에게 솔라젯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궁극적으로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석유 회사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탄소 중립적이고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합성 연료를 개발할 수 있다면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생산이 가능해지면 제트 연료 뿐 아니라 자동차, 선박 연료로 더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성능이 끊임없이 개선되고 관련 인프라가 빠르게 보급되는 상황 자체가 화석 연료 규제 움직임보다 더 큰 위협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배터리 가격이 저렴해지고 충전 시간이 짧아질수록 전기 자동차의 여러 가지 장점 (상대적 저소음, 매연이 없음, 내연 기관 대비 단순한 구조)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내연 기관이 몰락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Solar thermochemical splitting of CO2 into separate streams of CO and O2 with high selectivity, stability, conversion, and efficiencyDaniel Marxer, Philipp Furler, Michael Takacs and Aldo Steinfeld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10 (5): 1142-1149, Cambridge: Royal Society of Chemistry, 2017.

Solar kerosene from H2O and CO2Philipp Furler, Daniel Marxer, Jonathan Scheffe, Hans Geerlings, Christoph Falter, Valentin Batteiger, Andreas Sizmann and Aldo SteinfeldAIP Conference Proceedings 1850, 100006 (2017); DOI: 10.1063/1.4984463

Demonstration of the Entire Production Chain to Renewable Kerosene via Solar Thermochemical Splitting of H2O and CO2Daniel Marxer, Philipp Furler, Jonathan Scheffe, Hans Geerlings, Christoph Falter, Valentin Batteiger, Andreas Sizmann and Aldo SteinfeldEnergy & Fuels, 29 (5): 3241-3250, Washington, DC: American Chemical Society, 2015.

Heat transfer and fluid flow analysis of a 4 kW solar thermochemical reactor for ceria redox cyclingPhilipp Furler and Aldo SteinfeldChemical engineering science, 137: 373-383, Amsterdam: Elsevier, 2015.

Thermochemical CO2 splitting via redox cycling of ceria reticulated foam structures with dual-scale porositiesPhilipp Furler, Jonathan Scheffe, Daniel Marxer, Michal Gorbar, Alexander Bonk, Ulrich Vogt and Aldo SteinfeldPhysical Chemistry Chemical Physics, 16 (22): 10503-10511, Cambridge: Royal Society of Chemistry, 2014.

Solar Thermochemical CO2 Splitting Utilizing a Reticulated Porous Ceria Redox SystemPhilipp Furler, Jonathan Scheffe, Michael Gorbar, Louis Moes, Ulrich Vogt and Aldo SteinfeldEnergy & Fuels, 26 (11): 7051-7059, Washington, DC: American Chemical Society, 2012.

Syngas production by simultaneous splitting of H2O and CO2 via ceria redox reactions in a high temperature solar reactorPhilipp Furler, Jonathan R. Scheffe and Aldo Steinfeld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5 (3): 6098-6103, Cambridge: Royal Society of Chemistry, 2012.

High-Flux Solar-Driven Thermochemical Dissociation of CO2 and H2O Using Nonstoichiometric CeriaWilliam C. Chueh, Christoph Falter, Mandy Abbott, Danien Scipio, Philipp Furler, Sossina M. Haile and Aldo SteinfeldScience, 330 (6012): 1797-1801, Washington, D.C.: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201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