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662 - 엔셀라두스의 바다는 매우 오래됐다?



(Over time, cool ocean water seeps into the moon's porous core. Pockets of water reaching deep into the interior are warmed by contact with rock in the tidally heated interior and subsequently rise owing to the positive buoyancy, leading to further interaction with the rocks. The heat deposited at the boundary between the seafloor and ocean powers hydrothermal vents. Heat and rocky particles are transported through the ocean, triggering localised melting in the icy shell above. This leads to the formation of fissures, from which jets of water vapour and the rocky particles from the seafloor are ejected into space. In the graphic, the interior 'slice' is an excerpt from a new model that simulated this process. The orange glow represents the parts of the core where temperatures reach at least 90°C. Tidal heating owing to the friction arising between particles in the porous core provides a key source of energy, but is not illustrated in this graphic. The tidal heating results primarily from the gravitational pull from Saturn. Credit: Surface: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interior: LPG-CNRS/U. Nantes/U. Angers. Graphic composition: ESA)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는 작은 얼음위성이지만, 거대한 수증기와 얼음의 간헐천을 뿜어내기 때문에 내부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엔셀라두스는 지름 500km 정도의 작은 위성으로 그나마 얼음 성분이 많아서 열을 낼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액체 상태의 물을 만드는 힘은 토성의 중력이 의한 조석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낭트 대학의 게일 코블렛(Gaël Choblet from the University of Nantes in France)과 그의 동료들은 엔셀라두스의 내부를 시뮬레이션 해서 이와 같은 열에너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엔셀라두스의 궤도는 태양계의 다른 위성처럼 약간 타원입니다. 따라서 토성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와 멀어질 때 중력의 차이가 발생하며 동시에 토성에 가까운 쪽과 먼 쪽 역시 중력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모두는 엔셀라두스를 잡아늘렸다 놓는 것과 비슷한 변형을 가하게 됩니다. 


 내부 암석 핵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 마찰로 인해 열에너지가 발생하는 데, 엔셀라두스 핵의 열에너지는 30GW급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내부에 100만kW급 핵발전소 30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로 인해 표면에는 얼음 지각이 존재하더라도 내부에는 바다가 형성됩니다. 바다 밑에서는 주변보다 훨씬 온도가 높은 핫 스팟이 존재하며 여기서 적어도 섭씨 90도의 뜨거운 물이 분출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두꺼운 얼음 지각을 뚫고 수백 km 높이의 간헐천이 분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가장 강력한 핫 스팟의 경우 5GW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수십 km에 달하는 두꺼운 얼음 지각을 녹일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여기에 유기물이 풍부할 경우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이런 상태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입니다. 이런 열수 분출이 생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라면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엔셀라두스가 이런 상태가 된 것이 적어도 수억년에서 길게는 수십 억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생명체의 존재를 확신할 순 없어도 충분히 의심할 수는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나사는 이곳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에 생명체 존재 유무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늦어도 이번 세기 안으로 생명체가 진짜 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Gaël Choblet et al. Powering prolonged hydrothermal activity inside Enceladus, Nature Astronomy (2017). DOI: 10.1038/s41550-017-0289-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