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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지구를 따뜻하게 만든 건 메탄은 아니었다?



(An artist’s depiction of an ice-covered planet in a distant solar system resembles what the early Earth might have looked like if a mysterious mix greenhouse gases had not warmed the climate. Credit: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ESP) via Wikimedia Commons)


 온실 가스는 최근 기후 변화 때문에 악의 축처럼 묘사되곤 하지만 사실 지구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른 포스트에서 여러 차례 소개드렸듯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가스 없다면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은 지금도 영하 18도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태양이 지금보다 어두웠을때 온실효과는 지구를 물이 존재할 만큼 따뜻한 행성으로 만드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나사 외계 생물학 연구소(NASA Astrobiology Institute)의 스테파니 올슨(Stephanie Olson) 및 여러 동료 과학자들은 지구 역사에서 8억년전부터 18억년전 태양이 지금보다 10~15% 정도 어두웠던 시기 지구 기후를 따뜻하게 유지한 온실 가스가 어떤 것인지를 검증했습니다. 


 사실 지구 대기에서 온실 효과를 가장 크게 일으키는 기체는 수증기입니다. 하지만 수증기는 지구 기온에 따라서 농도가 변하는 기체로 실제로 지구 기온에서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체는 이산화탄소 같은 다른 온실 가스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고대 지구에는 이산화탄소만 중요한 온실가스가 아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대 지구에는 이산화탄소도 풍부했지만,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만드는 메탄이나 산화질소 화합물 역시 같이 존재했습니다. 연구팀이 검증한 것은 메탄이 과연 당시 얼마나 있었는지입니다. 이들은 당시 바다 퇴적층에 존재하는 황(sulfur)의 양을 통해서 이를 검증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황은 그 자체로 메탄을 분해할 뿐 아니라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황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대기 중에 충분한 메탄 생성이 어렵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당시 존재하는 황의 양을 고려할 때 메탄은 주요 온실가스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및 다른 질소화합물의 양이 더 많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대 지구의 온실가스 칵테일 (greenhouse gas cocktail)의 조성을 알아내는 것은 사실 지구 생태계와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는 일일 뿐 아니라 생명체 탄생 가능성이 높은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데도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대 지구와 비슷한 온도와 비슷한 대기를 지녔다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그 만큼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대 기후만큼이나 고대 지구의 대기를 복원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산소의 존재는 온실가스 칵테일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쳐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대략 8억년 이후 부터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크게 증가해 당시 존재했던 아이스볼 지구 같은 극단적인 저기온 상태를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메탄이 금방 연소되기 때문에 고농도의 메탄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이후에는 이산화탄소가 중요한 온실 가스의 위치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지구 기후는 대기 중 온실 가스 양에 의해 크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지구 지각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대기중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 지구 기후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구 기후는 온실 가스의 양에 따라서 크게 변해왔고 이번에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죠. 


 참고 


Christopher T. Reinhard et al. Earth's oxygen cycle and the evolution of animal lif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6). DOI: 10.1073/pnas.1521544113
Devon B. Cole et al. A shale-hosted Cr isotope record of low atmospheric oxygen during the Proterozoic, Geology (2016). DOI: 10.1130/G37787.1
N. J. Planavsky et al. Low Mid-Proterozoic atmospheric oxygen levels and the delayed rise of animals, Science (2014). DOI: 10.1126/science.125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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